스팸 문자의 공습…그 뒤에 그들이 있었네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8. 2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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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해야 과태료 처벌…KT 5년 연속 1위 ‘불명예’
불공정 거래도 도마 올라…대법원 판결에도 ‘미적’

‘1시간 이내 10만원으로 30만원 수익 보장!’

‘매달 카드 대금 벌기 20분 만에 115만원 버는 비결은?’

‘에볼루션 롤링피 최소 0.3%~최대 0.8% 지급’.

대한민국 국민은 다양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 가운데 만만치 않은 요인이 불법 스팸 문자다. ‘도박’ ‘불법 대출’ ‘코인 거래’ ‘음란물’ 등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진다. 스팸 문자에 지친 소비자는 아예 통신사 문자를 외면하고 카카오톡 등 앱 기반 메시징(messaging)으로 옮겨 가는 추세도 보인다. 수년째 수백만 건의 스팸 문자가 발송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일부 전문가는 ‘통신 공룡’이 장악한 기업메시징 시장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불법 스팸 문자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국내외에서 대량 문자 서비스를 통해 발송된 기업메시징은 765만건이었다. 기업메시징은 이동통신사 문자메시지를 통해 카드 승인 내역이나 은행 계좌 입출금 등을 사용자에게 알리는 부가 서비스다. 기업메시징 문자 중 스팸은 685만건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한다. 기업메시징 문자 10개 중 9개가 스팸이라는 뜻이다.

스팸 문자를 발송하는 ‘불명예’ 사업자 1위는 KT다. 685만건 중 33%에 해당하는 225만건이 KT를 통해 소비자에게 뿌려졌다. KT는 5년 연속 압도적인 1위다.

매년 수백만 건의 불법 스팸 문자가 소비자를 괴롭히고 있다. ‘통신 공룡’이 장악한 기업메시징 시장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불법 스팸 문자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사진은 스팸 문자를 보는 장면. (윤관식 기자)
조 단위로 성장한 기업메시징 시장

스팸 문자도 만연…10개 중 9개가 불법 스팸

불법 스팸 발송 상위 3개 사업자의 ‘도박+금융+불법 대출’ 문자 비율은 80%에 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는 “KT가 스팸 문자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며 “KT 가입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스팸 문자가 쏟아져 고통받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가 마냥 방치한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량 문자 발송을 통한 스팸양 수준이 매우 높다”며 “불법 스팸 전송 방지, 피해 예방 홍보 활동 등 대응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해왔다. 실제로 지난 6월 캠페인도 열었다. ▲청소년 스팸 문자 아르바이트 주의 ▲누리소통망(SNS) 계정 탈취 등 불법 스팸 피해 사례 ▲가족·공공기관 사칭 등 스미싱 피해 사례 등을 담은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했다.

정부가 매년 ‘스팸’을 줄이겠다고 의지를 다지지만 스팸 문자 발송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동통신사의 무책임을 지적한다. 발송사가 스팸 문자를 철저히 걸러낼 수 있지만 꼼꼼하게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KT와 달리 기업메시징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SKT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SKT는 기업메시징 사업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망 이용료만 받아오며 스팸을 관리해왔다. 가입자가 3000만명이 넘는 국내 1위 사업자가 스팸 문자 발송 상위 순위에 들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SKT 측은 “도박, 광고, 주식 투자 등 스팸 빈도수가 높은 특정 단어를 철저하게 필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 스팸 문자를 대량으로 발송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스팸 규정에 따르면 형사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아니면 3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전부다. 지금까지 불법 스팸 문자 사업자들이 받는 처벌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대부분이었다. 스팸 문자 수익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1조원이 넘는 기업메시징 시장에서 몇천만원 과태료가 무서워 사업을 축소시킬 요인이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5년째 연 수백만 건의 스팸 문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스팸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기업메시징 시장을 대기업이 장악하며 자정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원가 경쟁력과 마케팅 능력이 있다 보니 대기업을 견제할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메시징 시장에 진출한 KT와 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 3%에서 2018년 기준 70%대로 급성장했다. 이동통신사는 원가 경쟁력이 단연 앞선다. 대량 문자 서비스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망 사용료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해서다. 망 사용료를 내며 경쟁해야 하는 중소사업자와는 출발선부터 다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동통신사는 망 공급자가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남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중소사업자로 구성된 기업메시징 부가통신사업자협회는 이런 이유로 2013년 불공정 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2015년 공정위는 통신사 불공정 행위 제재를 의결해 KT와 LG유플러스에 각각 20억원, 44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통사의 망 이용료보다 낮게 기업메시징 비용을 책정하는 것은 ‘이윤 압착’ 행위를 통한 저가 영업으로 경쟁사를 배제하는 불공정 행위”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통신사는 ‘취소청구의 소’를 제소하며 긴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 10년의 법정 다툼 끝에 올해 5월 대법원은 공정위 제재가 적합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소사업자에만 소매 영업을 하도록 하자는 건 이동통신사에 과도한 제한”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메시징협회 관계자는 “과거 공정위가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을 때 문화체육부는 상영 정보 공개 등 즉각적인 후속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며 “10년을 기다려 대기업 불공정 행위 제재가 옳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중소사업자로서 달라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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