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코이’가 무럭무럭 크는 강물같은 사회 꿈꾸며…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김예지 의원은 지난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장애인 정책의 방향성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물고기 코이 연설'로 여야 국회의원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국민일보가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 주최하는 제1회 장애예술 국제 심포지엄(포스터)이 9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립니다.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장애예술을 주제로 마련한 이 국제 심포지엄의 주제는 '포용적 사회, 새로운 물결'입니다. "한국이 배리어 프리를 넘어 포용적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포용적 사회’는 어떤 사회를 말하는 걸까요? 쉽게 말하면 김 의원이 말한,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진 이 물고기 코이가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작은 어항에서는 10㎝를 넘지 못하지만 수족관에서는 30㎝, 강물에서는 1m 넘게 자라나는 물고기 코이에게 강물이 되어주는 사회가 포용적 사회입니다. 바로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섞여서 어울려 사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장애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일상과 예술에서 배제시키고 주변화하지 않았나 돌아보면서 포용적 사회에 대한 비전과 실천 가능성을 탐색해보자는 취지로 심포지엄이 마련됐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포용적 예술(Inclusive Art)’이 새로운 예술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민일보와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를 사회적 차원의 ‘포용적 사회’ 운동으로 확산하고자 합니다. 윤석열정부 이후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 본격화되고 미술, 공연, 문학 등 예술 장르에서 장애·비장애 경계를 허물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런 소수의 움직임을 전 사회적인 차원의 새로운 물결, 새로운 흐름으로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국민일보가 팔을 걷었습니다.
심포지엄에는 감동의 물고기 코이 연설의 주역 김 의원이 기조발표자로 나섭니다. 김 의원은 29일 “예술에서의 ‘미’는 단순히 납작한 아름다움을 말하지는 않는다. 이는 우리 모두가 ‘좋다’, ‘아름답다’로 규정하는 범위를 초월하여, 삶 전반의 모든 현상을 형상화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율성을 가진다”며 “‘장애예술, 장애를 말하다’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장애예술’ 또는 ‘장애예술인’의 역할을 조명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는 보편적 개념, 미래비전으로서의 ‘미’를 계획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총 3부에 걸쳐 진행되는 심포지엄의 연사는 다채롭습니다. 뇌 과학자, 무용수, 사회 활동가, 스타트업 기업인, 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포용적 예술’ ‘포용적 사회’를 선구적으로 실천하고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사들이 나옵니다. 한국 뿐 아니라 영국, 일본,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연사들이 참여해 국제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노력과 실천을 공유합니다.
‘정상성의 틀을 깨고’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1부에서는 ‘뇌 과학계의 엔터테이너’로 불릴 만큼 팬덤을 형성한 뇌 과학자 박문호 박사가 ‘뇌와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의 강연을 통해 미를 인식하는 뇌기능에 대한 우리의 정상성 개념이 편견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또 변호사로 활동하다 스스로 ‘휠체어 무용수’로 변신해 비장애 무용수와 2인무를 추는 김원영씨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어떤 자격이 필요했나’라는 제목으로 발표합니다. 그는 해외 초청 공연으로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 연사로 나섭니다.
2부에서는 ‘장애 예술과 기업·사회의 상생’을 소주제로 각각 일본과 베트남에서 성공적인 모델을 일군 주역들이 강연자로 나섭니다. 일본 장애 예술 운동의 구심점인 ‘민들레의 집’ 활동가로 출발해 현재 ‘에이블아트재팬’ 대표를 맡고 있는 시바자키 유미코씨가 ‘일본의 에이블 아트 운동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켰나’라는 제목으로 에이블아트운동의 탄생과 성장 과정, 그 이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 장애 아동의 예술 작품으로 의류를 만드는 베트남의 사회적 기업 ‘토헤(TOHE)’의 이사이자 전 CEO 반 판씨가 ‘장애 아동에게 예술을, 지역 사회에는 영감’이란 제목으로 한국 시민들을 만납니다.
3부에서는 시각장애인 예술 교육 공동체 ‘우리들의 눈’ 디렉터이자 미술가로 활동하면서 시각 장애인과 협업한 ‘코 없는 코끼리’ 작품으로 올해 ‘제1회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을 수상한 엄정순씨가 연사로 나섭니다. 마지막으로 2021년 영국 터너상 후보에 올랐고, 지난해 세계적인 현대미술제전인 독일 카셀 도쿠멘타에 초대받은 영국 신경다양성 아티스트 창작 공동체 ‘프로젝트아트웍스’(Project Art Works)의 CEO이자 아트디렉터인 케이트 아담스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팀 코리건이 함께 나와 공동체의 탄생과 활동 경험을 ‘권리와 재현’이라는 제목으로 들려줍니다. 앞으로 연사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주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제가 좌장을 맡고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 도시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창작집단 리슨투더시티의 디렉터 박은선씨, 춤 비평가 김명현씨 등이 토론자로 나서 열띤 토론을 펼칩니다. 심포지엄은 영어·일어 통역과 함께 수어 통역이 제공됩니다. ‘포용적 사회, 새로운 물결’이 넘실대도록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석 부탁드립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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