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정신’이 뭐길래…내년 4차 로잔 대회 앞두고 재조명
5천여명의 다국적 크리스천이 참여하는 제4차 로잔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개최국인 한국의 기독교인들 사이에 로잔 정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열린 로잔너머 심포지엄에서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세계 복음화 국제대회를 시작으로 시작된 로잔 운동은 이후 필리핀 마닐라(1989)와 남아공 케이프타운(2010)을 거쳐 내년 한국에서 50주년을 맞이한다. 1차 로잔대회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 교회의 선교 협력 등 15개 항으로 이뤄진 신앙고백을 발표했고 이를 로잔 언약이라고 부른다. ‘미전도종족’, ‘10/40 창’ 등 선교계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로잔대회에서 유래했고 한국기독학생회(IVF)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법률가회 등 국내외의 여러 기독교 단체가 로잔언약을 자신들의 신앙 고백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구교형 성서한국 이사장은 “한국교회에서 로잔 정신은 여전히 낯설다”며 “로잔 언약의 총체적 복음 정신과 크게 상관없는 국제대회를 치르지 않도록 대회 준비에 좀 더 분명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이사장은 로잔 운동이 가지는 특수성을 ‘총체성’이라는 단어로 축약했다. 있는 것들을 모두 합치거나 하나로 묶는다는 뜻의 총체성은 ‘예수께서 모든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니라’는 신약 마태복음 9장과도 연관이 깊다. 구 이사장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복음 선포, 양육과 훈련, 세상 구제와 섬김이 모두 주님의 복음사역이었다”며 “누구도 아닌 예수의 사역 자체가 총체적 복음과 총체적 선교였다”고 강조했다.
로잔 운동이 총체성을 강조하는 건 그 이전까지 세계교회의 복음·선교 운동이 총체적이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구 이사장은 “기독교 문화 속에 일어난 두 번의 세계대전 및 제국주의 식민지 정책의 부작용을 바라본 서구 지식인들과 기독교계는 세계 선교와 복음화에 대한 깊은 반성과 고뇌에 빠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들은 가난 전쟁 인권 차별 등 인간화 과제와 함께 가지 않는 복음화 운동은 반쪽일 뿐 아니라 왜곡임을 인정하게 됐다. 이런 흐름 속에 1948년 출범한 것이 세계교회협의회(WCC)”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WCC 운동은 출범과 함께 선교 지형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구 이사장은 “선교는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선교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개념이 대두됐고 급기야 당분간 선교사 파송을 중단하자는 선교 모라토리엄으로 이어졌다”며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일어난 새로운 선교 운동이 바로 로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역사적 신앙고백과 선교를 존중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하는 시대와 상황, 인간적 과제도 소홀히 하지 않는 총체적 기독교를 믿는 이들이 일어난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구 이사장은 특히 로잔 언약의 15개 항목 가운데 하나인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을 강조했다. “1980년대 이르러 한국에 소개된 로잔 언약은 당시 신군부의 독재 상황 속에서 분노와 부채감으로 성경·신학적 정당성을 찾던 젊은이들에게 생수처럼 느껴졌다”며 “로잔 언약은 복음주의 사회선교운동의 기초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구 이사장은 “2024년 한국에서 로잔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라며 “대회 준비위원회가 로잔 정신을 존중하는 한국교회의 다양한 동역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반영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로잔너머 연속심포지엄은 내년 2월 27일까지 짝수달 마지막 주 화요일에 진행된다. 6월에 열린 1차 심포지엄에서는 이문식 광교산울교회 목사가 발제했다. 내년 2월에 열리는 5차 심포지엄에서는 김세윤 풀러신학교 신약성서신학 원로교수가 발제한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상의 아침을 깨운 특새… “뿌리 깊은 참그리스도인 되자” - 더미션
- 저출산 문제 해결 위해 한목소리 낸 한국교회 - 더미션
- 개척교회 ‘열린 음악회’ 지역 명물로… 주민과 아름다운 동행 - 더미션
- 책의 숲에서 ‘경계’를 넘어 詩로 만나다 - 더미션
- “장로 직분 스트레스” 82%… “그래도 감사하게 감당” 94% - 더미션
- 선교사·NGO·교회 ‘국경 넘은 합작’… 희소병 인니 소년 구했다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