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1억3000만원 가구, 아이 낳으면 집 살 때 최저 1%대 대출

황의영 2023. 8. 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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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내년 3월부터 신생아 출산 가구를 위한 공공·민간주택이 연 7만 가구 공급된다. 연 소득이 1억3000만원 이하인 출산 가구가 9억원 이하 집을 살 땐 최대 5억원까지 연 1~3%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신생아 특별공급과 특례대출 도입, 출산 가구의 청약 기회 확대로 요약된다. 출산 가구를 위한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출산 가구의 주거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출산 가구를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배경에는 ‘신혼부부 특별공급·대출 등 기존 정책이 저출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 자리한다. 주택 대출과 청약 등에서 기혼 가구가 미혼보다 불리해 ‘결혼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진 것도 한몫했다.

이에 정부는 기혼 가구에 혜택을 줘 간접적으로 출산을 장려하던 기조에서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 자체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선 공공분양주택 ‘뉴:홈’에 신생아 특별공급을 만들어 출산 가구에 연 3만 가구씩 공급하기로 했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로부터 2년 안에 임신·출산한 사실을 증명하면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자격을 준다. 임신한 경우 입주 전까지 출산한 사실을 증명하면 된다. 소득은 도시근로자 월평균의 150%(3인 가구 976만원) 이하, 자산은 3억79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민간분양의 경우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의 20%를 출산 가구에 먼저 준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60%(3인 가구 1041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연 1만 가구가 공급된다. 공공임대주택(3만 가구)도 출산 가구에 우선 배정한다. 신생아 특별(우선)공급은 내년 3월 관련 법 개정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아파트에 적용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국토부는 출산 가구를 위한 주택 구입·전세 대출도 도입한다. 주택 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소득에 따라 연 1.6~3.3%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5년간 빌려준다. 대출 가능한 주택 가격은 9억원 이하다.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한 무주택 가구가 대상이다. 가구 소득은 1억3000만원 이하, 자산은 5억600만원 이하면 이용할 수 있다. 만약 특례 대출을 받은 뒤 아이를 더 낳으면 한 명당 금리를 0.2%포인트 추가 인하하고, 특례금리 적용 기간도 5년 연장한다.

전세자금 대출도 소득이 1억3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이용할 수 있다. 보증금 기준은 수도권 5억원, 지방 4억원 이하이며, 대출 한도는 3억원이다. 소득에 따라 금리 1.1∼3.0%를 4년간 적용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내년 1월 중 출시될 예정이다.

내년 3월부터 청약 제도도 손질한다. 공공주택 특별공급 때 추첨제를 신설해 맞벌이 가구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200%(1302만원) 기준을 적용한다.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아파트에 부부가 각각 청약해 중복 당첨되면 먼저 신청한 건은 유효 처리하기로 했다. 지금은 중복 당첨되면 둘 다 무효가 된다. 또 배우자의 결혼 전 주택 소유·청약 당첨 이력은 배제하고,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부부끼리 합산해 가점을 최대 3점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아파트 대출·청약 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출산 가구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 해에 공공·민간주택 7만 가구가 공급되면 지난해 기준 혼인 가구의 36%가 출산을 통해 주거지 마련의 혜택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방안이 출산율을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집을 준다고 청년들이 꼭 아이를 낳진 않는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양육을 책임지는 제도적 장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혼인과 무관하게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미혼 출산’, ‘위장 출산’ 등에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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