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前정부의 재정 만능주의 단호 배격"…총선 앞 돈풀기 멈춘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내년 예산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 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건전 재정 운용 기조의 결과로 “치솟기만 하던 국가채무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했다”며 “대외 신인도를 지키고 물가 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착실히 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총지출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로 최소 증가 폭이다. 총선을 7개월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역대 정부와 달리 '돈풀기'를 멈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렇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 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기업 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대신 우리 정부는 경제 체질을 시장 중심, 민간 주도로 바꾸겠다”며 “민간투자를 저해하는 킬러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민간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재원 확보를 위해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히 삭감했고 총 23조원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3대 핵심 분야 집중 지원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약자복지 실현, 국방·법치 등 국가의 본질 기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라는 3대 핵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 예산을 “선거 매표 예산”이라고 지칭하면서 그 대신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사업도 직접 소개했다. 먼저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가 13.2%(21만 3000원)가 오른 것을 두고 “지난 정부 5년간 인상 규모를 전부 합친, 19만 6000원을 한 해에 단번에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어르신 일자리 및 기초 연금 지원 강화에 대해선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토대를 일군 어르신에 대한 존경과 예우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병장 기준 사병 월급을 사회진출지원금을 포함해 월 13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인상했고, 보훈 보상금의 2년 연속 5% 수준 인상, 디지털 보훈전시관 개소 등도 예산에 포함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군 장병들의 후생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며 “국가에 헌신한 영웅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선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 감시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하겠다”며 “국산 수산물을 안심하고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총 74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3국 공동 발표 문서에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을 미국과 일본이 지지한다고 명확히 적시되어 있다”라면서 “3국 공동 선언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기반 통일을 언급하고 지지를 표명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하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통 의장인 윤 대통령은 이날 김관용 수석부의장을 비롯한 간부위원 61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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