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비대면 진료 반대 안 해… 안전 장치 미흡이 문제”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7월 24일부터 8월 6일까지 협회원 6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2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 결과를 발표했다. 65세 이상 노인과 소아는 행정적으로는 비대면 진료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의료적 측면에선 이들이야말로 비대면 진료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초진은 대면, 재진부터 허용’이 비대면 진료의 현재 대원칙이지만, 65세 이상 노인은 예외다.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에 의하면 장기요양등급자인 65세 이상 노인은 장애인과 함께 ‘거동불편자’로 분류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초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본 적 있는 환자를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58.1%가 만 65세 이상 노인을 꼽았을 정도로 노인 참여율이 높지만, 의사들은 노인이야말로 비대면 진료가 부적합한 대상이라고 말한다. 노인 환자는 합병증이 있거나, 몸상태가 급격히 변하거나, 질환을 여러 개 앓는 고위험군 비중이 높아 오히려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초진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한 의사들은 그 이유로 ‘거동의 불편이 문제라면 대면 초진을 하고, 의사의 왕진이나 방문진료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함을 꼽았다.
문 닫는 소아과가 많아지며 생긴 의료 공백을 ‘소아 비대면 진료’로 채우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 역시 부적절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4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3%가 ‘전혀 그렇지 않다’, 2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소아 대상 비대면 진료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72%가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어서’를, 21%가 ‘의사소통이나 상태 파악이 불가능해서’를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를 주도한 의료정책연구원 김진숙 책임연구원은 “협회원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안전성 문제 때문이라도 소아는 비대면 진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발열이 있는 소아는 무조건 병원을 방문하는 게 바람직하며, 오진에 관한 법적 책임이 면책되거나 소아 비대면 진료에 대한 별도 수가가 마련돼도 소아 대상 비대면 진료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를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심층인터뷰에선 비대면이란 새 방법론을 의료계에 안전하게 받아들일 청사진이 제안됐다. ‘평소 나에게서 진료받던 환자’가 의료기관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평소에 복약하던 약 처방이 필요할 때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다면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를 받는 환자 대부분은 장기적인 복약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사 79.5%(중복응답)가 만성질환자를 주요 환자로 꼽았다. 현재로선 의원급 의료기관은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만성질환 환자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다. 지금은 1년까지 재진으로 인정하지만, 설문 조사 참여자 66%는 이 기간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정 재진 기준을 묻는 말엔 49.0%가 3개월 이내를, 27.0%가 6개월 이내를 꼽았다.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의료계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보수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며 “의료진이 이 기술을 활용해서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하려면, 국내 의료 상황에 적합한 비대면 진료 체계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도 되는 상황과 허용해선 안 될 상황을 명확히 하고, 진료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의사 다수는 플랫폼이 있음에도 의료기관으로 직접 전화하는 환자가 많았으며, 이 때문에 전화를 건 사람이 환자 본인이 맞는지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비대면 진료는 ‘화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현재 사용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시스템이 미비한 것이 그 이유로 꼽혔다. 김진숙 책임연구원은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가입 방법을 모르거나 플랫폼마다 다른 시스템을 잘 사용하지 못해, 의료기관에 직접 전화하는 걸 선호하고 있었다”며 “통화 진료로 발생하는 환자의 본인부담금 문제와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하고, 사후피임약 등 비급여 약 처방 유인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선 의료계 주도의 공공 플랫폼 개발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영리적 측면이 아닌 공공 건강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의사는 ▲문진 ▲시진 ▲청진(청진기로 소리 듣기) ▲타진(신체 표면 두들겨보기) ▲촉진(촉각으로 상태 판단하기) 등 5개 이상의 정보를 종합해 환자를 진단하게 돼 있지만, 화상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면 문진(증상과 병력 청취)과 시진(환자 관찰)에만 의존하게 되므로 진단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으며, 재진에 대해 진료 보조수단으로만 활용돼야 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침마다 ‘이것’ 먹다 20kg 쪘다”… 양준혁, 대체 뭘 먹었길래?
- 남편 몸에서 고환 아닌 '자궁' 발견, 경악… 中 부부 사연 들여다 보니?
- 실손보험금 쏠림 현상 심각… 상위 4%가 보험금 65% 챙겼다
- 난임치료 지원 확대… 첫째 출산 했어도 난임 시술 보험적용
- 운동 ‘이렇게’ 하면… 건강 얻어도 머리카락 잃는다
- 벌써 방어 횟집에 줄이… '이것'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
- 수능 끝나고 ‘이 증상’ 겪는다면, 꼭 쉬어가라는 신호
- “부기 빼주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욕실서 스타들이 하는 ‘관리법’, 뭘까?
- 혈당 안 잡히는 이유 도대체 뭔지 모르겠을 때… 아침 '이 습관' 점검해 보세요
- AZ 임핀지, 보험 급여 청신호… 담도암·간암 급여 첫 관문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