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 소환’ 줄다리기…홍범도 묘역서 “흉상 제거는 부관참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소환조사 일정을 놓고 검찰과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 측은 29일 “다음달 11일 그 주로 출석 일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9월 정기국회 본회의가 없는 주에 출석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9월 1일 개회식에 이어 5~8일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있어 11~15일 중 출석이 유력했다. 그러나 검찰은 곧바로 이 대표에게 4일 출석을 재통보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3일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바로 다음날 조사받겠다고 했으나, 검찰은 30일 조사를 요구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이달 30일에 이어 9월 4일을 지정 통보했다고 보고 있다. 8월 비회기(8월 25일~31일) 기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영장실질심사가 가능해지는데 30일을 특정해 ‘회기 중 영장 청구’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다시 꺼낸 4일은 5~8일 대정부 질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을 덮으려는 속셈이라고 이 대표 측은 주장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당 대표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최소한 조율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다만 거듭되는 소환조사 일정 신경전이 구속영장 발부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이 대표 측은 “검찰 쪽에서는 ‘여러 번 이 대표를 불렀는데 소환 조사에 오지 않는다. 그만큼 구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법조인 출신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불응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라고 했다.
회기 중 영장이 청구되면 체포동의안 표결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계파 간 갈등이 또 불거질 수 있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29일 KBS 라디오에 나와 “검찰의 폭압 앞에서 민주당이 똘똘 뭉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국민 앞에서 약속했다. 약속한 대로 가결 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 워크숍에서도 “이 대표가 심청이처럼 인당수에 빠져야 한다”(설훈)는 주장과 “민주당이 똘똘 뭉쳐 싸우자”(양경숙)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소환 조사와 관련한 언급을 삼간 채 공식 일정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28일~29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자신의 사법적 문제에 대해 일절 발언하지 않았다. 워크숍을 마치고 “9월 4일 검찰 출석 통보에 응할 것이냐” “검찰과 날짜를 조율할 여지가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을 받고도 묵묵부답했다.
대신 워크숍을 마친 이 대표는 곧장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아 육군사관학교 내 흉상 이전 논란이 제기된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무능과 실정을 감추기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이념전쟁을 선동하기 위해 독립전쟁 영웅을 부관참시하는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흉상 이전을) 즉시 철회하고 홍 장군과 독립전쟁에 대한 훼손을 멈추라”고 비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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