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소비 늘리자"…정부·여당 압박에 급식업체 '난감'

김흥순 2023. 8. 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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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국내 수산물 소비 감소가 우려되자, 주요 급식업체를 대상으로 이를 활성화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급식업체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고객사의 요청 없이 주도적으로 급식 메뉴에 수산물 공급을 확대할 수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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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해수부 등
30일 간담회·상생협력 업무협약
단체급식 수산물 공급 확대 요청 예정
고객사 결정 따라야 하는 관련업계 눈치보기

정부와 여당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국내 수산물 소비 감소가 우려되자, 주요 급식업체를 대상으로 이를 활성화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급식업체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고객사의 요청 없이 주도적으로 급식 메뉴에 수산물 공급을 확대할 수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따른 소비자들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압박으로 수산물 소비를 장려하기보다는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물시장에서 시민들이 수산물을 구입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 수협중앙회 등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급식업체와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각 업체와 수산물 활용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할 계획이다. 간담회에는 풀무원푸드앤컬처와 CJ프레시웨이,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신세계푸드 담당자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급식업체는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 난처해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체 급식을 통해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메뉴를 토대로 사업장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음식을 제공하는 구조여서 임의로 메뉴에 수산물을 편성하거나 소비할 수 없다"며 "결국 고객사 움직임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체 급식의 경우 조리 단계에 앞서 식자재를 손질하는 전처리 과정이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생선을 비롯한 수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거의 내놓지 않는다"면서 "이용객들도 이를 선호하지 않아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단체 급식을 통해 수산물 소비를 확대하려면 사업장에서 직원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기업이나 단체 등 고객사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것이 급식업체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의 뜻이 분명하고 업계 일각에서도 동참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주요 기업들도 수산물 소비를 확대하자고 주문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29일 부산 강서구에서 열린 명지시장 전어축제에 상인이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기업 단체급식에 산지 적체가 우려되는 국내산 수산물의 공급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급식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수산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경우 기업이나 급식업체 입장에서 대응이 쉽지 않아서다.

실제 복수 급식업체를 이용하는 한 사업장에서는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수산물을 메뉴로 제공하지 않는 회사의 메뉴를 먹어야겠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급식업체가 식자재를 주문받아 공급하는 초·중·고등학교 등에 수산물이 메뉴로 편성될 경우 학부모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급식 메뉴를 이원화해 수산물이 포함된 메뉴와 그렇지 않은 품목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이용객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민감한 현안을 이처럼 톱다운(상의하달) 방식으로 해결하면 관련 업체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우선 시장의 저항감을 줄일 수 있도록 안전성을 검증하고 정확한 결과를 알려 우려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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