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필요” “지도부 흔들기”…與 ‘수도권 위기론’ 연일 충돌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29일 이틀간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무리한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위기론’ 공방이 이어졌다.
연찬회 첫날인 전날 수도권에 출마할 인물 부재를 강조한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유토론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토론 뒤 취재진을 만난 윤 의원은 “2030, 중도, 수도권에 어울리는 전략과 정책, 메시지, 공약 등을 발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이재명 없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빨리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위기는 실체가 있다”며 “(위기 대응을 위한) 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수도권 위기론은 언론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말한 걸 반박한 것이다.
안철수(경기 성남 분당갑) 의원도 연찬회 뒤 페이스북에 “합리적 성향의 중도층이 떠나면 총선에서 승리할 방법이 없다”며 “수도권을 비롯한 열세 지역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도 “중도층 포섭 없이 전통적 지지층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라며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는 외연 확장이 필수적인데, 그와 관련한 대책이 현 지도부에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연일 수도권 위기론을 점화시키려 했지만 여권 핵심부의 생각은 이들과 다르다. 상당수 주류 의원들은 수도권 위기론을 일종의 ‘지도부 흔들기’로 보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비공개 토론 때) 수도권 선거와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보다는 우리가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 표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대구·경북 의원도 “윤 의원이 (자유토론 때) 당협위원장 회의 및 혁신위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다른 의원들의)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원권 정지 징계 중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분은 사실 수도권 위기라기보다 당을 떠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는 것 아닌가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 때 윤상현 의원은 지난 10일 TV에 출연해 “국민의힘에는 암이 큰 덩어리가 두세 개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암덩어리 발언은 지도부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공개 사과했다. 당내에선 이 발언이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를 비판한 걸로 해석됐고,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 때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함께 승선하지 못한다”고 발언해 사실상 윤 의원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동 정치에는 강력 대응하되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을 우선한다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생산적 입법 활동에 매진한다 ▶윤석열 정부와 함께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추진하고 국정과제 입법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선도한다 등의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인천 을왕동에서의 1박 2일 연찬회를 마쳤다.
김 대표, 윤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연찬회를 마친 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산물업계를 돕기 위해 인천 중구의 횟집을 찾아 민어회를 먹었다. 김 대표는 “우리가 평소에 먹는 먹거리가 왜 이렇게 자꾸 논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우리 먹거리 문제를 터무니없는 괴담으로 덮어씌우는 세력들이 우리 사회를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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