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5분마다 오염수 항의전화…中, 도쿄전력에만 6000통

이영희 2023. 8. 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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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후 도쿄전력과 일본 관공서 등이 몰려드는 중국발 '전화 테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예상보다 강한 중국의 반발에 일본 정부 내에선 "장기전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23일 홍콩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얼굴 사진에 물을 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9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염수 해양 방출이 시작된 뒤부터 27일까지 도쿄전력에는 중국이 발신지로 보이는 전화가 6000통 이상 걸려왔다. 도쿄전력은 중국 외 다른 나라로부터의 전화도 있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도쿄(東京)도 지요다(千代田)구에도 28일까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중국으로부터의 불만 전화가 1000건 이상 있었다. 1~5분마다 전화가 계속 울렸고 받으면 중국어나 일본어로 "왜 오염수를 방류하는가"라고 항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도쿄 내 다른 구청이나 경찰서, 후쿠시마(福島)현 음식점 등에도 "방류 그만해. 바보" 등의 욕설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항의 전화로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오자 일본 정부는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8일 중국으로부터 일본의 각 단체나 개인에게 항의 전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중국인들에 자제를 요청했다. 또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맞서 "우리나라의 수산업자들을 단호하게 지켜내겠다"면서 이번 주 중 어민 지원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이날 우장하오(呉江浩) 주일 중국 대사를 초치해 스팸 전화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중국 측의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우장하오 대사는 이 자리에서 "재일 중국 대사관에도 일본 국내로부터 대량의 스팸 전화가 오고 있다"며 거꾸로 중국 기업과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외무성에 요청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중국은 법률에 따라 재중 외국인의 안전과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일본의 행태에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가 비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일본으로 돌렸다.


"中, 오염수 문제 외교 카드로 활용"


외교적 차원에서 사태를 풀어보려는 일본 측의 노력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 방문 예정이었던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를 통해 중국 정부에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중국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아사히신문은 29일 "야마구치 대표의 방중 연기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를 일본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정치 문제로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면서 중국이 당분간 정치 대화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29일 경찰이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일본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당초 일본 정부는 다음 달과 11월에 연이어 개최되는 다자 국제회의를 계기로 삼아 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 측의 강경한 태도로 당장 다음 달 초순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맞춰 추진돼 온 기시다 총리와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회담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29일 "시진핑 정권은 중국의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인되는 일본 정부 비판과 일본 제품 불매 독려를 묵인하고 있다"며 오염수 방류를 외교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에 "중국에서 오염수에 대한 불안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장기전을 각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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