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 집착하는 아내, 우리가 먼저라는 남편
[이준목 기자]
24시간 함께 붙어있지만 성공과 행복을 바라보는 기준이 너무 달라서 힘든 부부, 그리고 부모의 갈등 속에 잊혀지고 소외된 아이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8월 28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365일 내내 영업모드, 연중무휴 부부' 편이 다루어졌다.
경기 화성에서 거주하고 있는 민병규-김경숙 부부는 결혼 10년차로 두 아이를 키우며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부부는 유치원에서 유아교육 교사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고, 남편은 아내의 밝고 적극적인 성격에 끌려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의 부부는 함께 7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노력으로 어느새 2호점까지 개설하게 되었고 월매출은 최고 6800만원까지 이를만큼 나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사업이 번창하는 만큼 오히려 부부는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로 갈등이 깊어졌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열정이 넘쳐서 매사 상사처럼 지시하며 잔소리하는 아내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고, 노예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아내는 "제가 돌보고 있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데 인정은 못받고, '탓'을 당하는 느낌"이라며 억울해했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1호점을 직원에게 맡기고 2호점만 전담하고 있는 부부는 오전부터 영업 준비로 분주했다. 그런데 부부는 업무 분담이 제대로 이뤄져있지않아 다소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단체손님이 들어와 주문을 받고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부는 사사건건 서로 소통이 되지 않고 손발이 맞지 않아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아내는 남편이 구상해놓은 순서와 방식을 무시하고 자신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일을 독촉하고 처리하는가 하면, 레시피를 독단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남편은 일일이 간섭하고 지시하는 아내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아내는 본인도 남편에게 '지시하는 말투'를 많이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음식이 늦다'는 손님들의 컴플레인을 응대하느라 어쩔수없이 재촉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은 스튜디오에서도 계속해서 소소한 문제로 의견 대립을 멈추지 앟았다.
부부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오은영은, "남편이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데,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편은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면서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이 공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가슴이 답답하면 가게 밖으로 나가 숨을 돌리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오은영은 이에 대하여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부부의 성향 차이가 크다고 분석했다. 아내처럼 불확실성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예측 못한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하지만 남편처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예측못한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중점을 둔다. 아내의 시점에서는 남편의 태도가 '융통성없는 모습'으로, 남편의 시점에서는 아내가 '원칙이 없는 모습'으로 각각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의 또다른 문제는 장사에 집중하느라 육아를 신경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오후에 귀가한 아이들은 마땅히 맡길만한 사람이 없어서 영업이 끝날 때까지 가게 구석에 있는 작은 쪽방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부부는 영업으로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라 아이들의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그런데 남편은 영업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가게 내에서 지인과 술자리를 가졌다. 과음을 해버린 남편은 손님과 계산중에도 취기가 올라온 모습을 보였고, 결국 아내는 늦은 시간까지 혼자 뒷정리를 해야했다.
오은영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식단이 너무 부실하고 좁은 공간에서 너무 오래 지내고 있는 환경에 우려를 표시했다. 아내는 아이들이 밥이나 다른 음식을 차려줘도 잘 먹지않고, 배고프니까 빨리 배를 불리는데 서두르게 되다보니 라면을 자주 끓여준다고 해명했다. 오은영은 바븐 부부의 사정은 이해하면서도 "아이들이 하교한 후 부모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정작 같이 보내는 시간은 없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열정이 넘치는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뿐인 휴무일에도 쉬지 않았다. 이른 새벽부터 일찍 일어난 아내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히며, 집안에서도 밀린 가사일에서 자기개발까지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집안에는 아내가 틀어놓은 성공과 재테크에 관련된 오디오북이 울리고 있었고, 관련 서적들과 아내가 작성한 자필 메모 등이 눈길을 끌었다.
아내는 궁극적인 목표가 '100억 만들기'라고 밝혔다. 아내는 "100억을 꼭 벌겠다기보다는 '경제적인 자유'가 목표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 매일 시간에 쫓기다보니 돈으로 사서라도 시간적 여유를 사고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집에서는 쉬고 싶었던 남편은 "아내는 매일 돈이 어떻게 벌리는가만 생각했다"며 지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끊임없이 사업 확장에 대한 다양한 구상을 제안했다. 남편은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벌이는 아내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현재 사업자 등록이나 수익이 들어오는 통장은 모두 아내의 명의로 되어있었다. 남편은 "일을 해서 제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제가 하고싶은 대로 못하고, 몸이 아파도 쉬고 싶을 때 못 쉰다. 일을 하면 '노예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충격적인 속내를 고백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은 항상 피곤하고 귀찮아 한다. 매출에 관심이 있다면 본인도 어플로 다 확인할 수 있었다. 그냥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으로 아내는 경제적 성공에 유난히 집착하는 이유에 대하여 "어릴 때 농사를 하시던 부모님이 돈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자식들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을 봐야했다. 돈이 없을 때 당하는 부당한 대우같은 것이 싫었다"고 고백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행이 아내의 부모님간의 관계는 매우 좋았다고. 아내에게 '100억'이란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오은영은 이 부부간의 갈등에서는 잘잘못을 가릴 수 없다고 평가하며 "기본적인 에너지 레벨이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내는 산삼을 먹은듯한 에너지가 엄청 많다. 민첩하고 기민하고 임기응변에 유능하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하고 따라오지 못하면 재촉하게 된다"고 진단하며 "반면 남편은 에너지 레벨이 낮다. 남편은 집중해서 일을 하고 나면 에너지를 빨리 소진하는 편이다. 남편으로서는 아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이라는 게 오은영의 분석이었다.
남편은 휴일날 지인들과 스크린골프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섰다. 표정이 굳은 아내는 휴일에도 독박 육아와 살림을 떠맡기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남편에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아내는 남편과 부부인 동시에 사업파트너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고민과 생각을 공유하기를 원했다.
또한 아내가 남편의 외출에 불편한 반응을 보인 또다른 이유는 '술'이었다. 남편은 귀가하면서도 술을 사들고 들어왔다. 남편은 매일같이 술을 마셨고 만취하면 다음날 하루의 루틴이 망가지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측은한 마음을 가졌던 아내도 남편에 대한 반응이 점점 냉랭해졌다고 밝혔다. 부부는 언제부터인가 각방 생활을 하기 시작한지 오래됐고, 남편은 거실 소파에서 불편하게 잠을 청하다가 피로한 상황에서 장사와 음주를 반복하며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부부는 마주앉아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조심스럽게 "집에서는 쉬고 싶다. 지치는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고, 아내 역시 "솔직히 행복하지가 않다"고 고백했다. 부부는 각자의 힘든 부분만 이야기하고 서로의 입장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급기야 남편은 "내가 어떻게해야 행복해질까? 당신이 지시한 대로 하는거?"라며 쌓인 불만을 터뜨렸다. 아내는 "내가 지시한대로 움직이는 게 뭔데?"라며 맞섰다. 이에 남편은 "우리가 지치고 힘들면 음식이 좋게 나가겠나? '우리'가 있어야 가게도 있는 것"이라며 손님과 장사만 생각하는 아내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부가 1호점을 처음 운영할 당시 남편은 낮에는 유아교사 업무를 하면서 밤에는 횟집을 병행했다. 반복되는 고단한 일상에 지친 남편은 몸에 이상신호를 느껴서 병원을 찾아간 결과 놀랍게도 우울증과 공황장애, 무기력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아내는 대수롭지않게 여겼고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 오빠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고. 오히려 자신을 탓하는 아내의 태도에 큰 상처를 입은 남편은 "나는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안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이어 남편은 "외로움도 많이 느꼈고, '내 인생은 뭐지? 나는 왜 살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가게에서 바쁘게 장사를 하느라 정작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었다는 데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아내는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진짜 서운하다"고 항변하며 아내 나름대로는 격려와 응원의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남편이 힘들 때 자신이 일을 도맡아했고 잔소리도 하지않고 기다려줬는데도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며 섭섭해했다. 이에 오은영은 "인간은 각자 자기가 원하는 것만 수용하고, 자기에게 중요한 것만 각인되기 마련"이라고 부부를 달랬다.
경제적 성공도 가정도 모두 지키고 싶었던 아내는 "열심히 했는데 모두를 힘들게 한게 결국 '나 때문인가'라는 탓을 받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속상하다"며 괴로워했다. 비로소 서로의 속내를 알게 된 부부는 영상을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가장 먼저 아이들의 상황이 신경이 쓰인다고 지적했다. 심리검사 결과 아이들은 부모간의 갈등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황이었고 우울감에 대한 놀이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아이들은 부모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고, 아버지의 감정적인 언행에 상처를 받은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은영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수면과 휴식이 중요하다고 당부하며 "아내가 성취지향적이다보니 목표를 빨리 이루는 데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경제적 성공에 대한 억척스러움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여유속에서 아이들과의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남편이 정말 좋아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일은 바로 유아체육교사였다. 원래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으며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남편은 "나를 반겨주고 개그맨보다 더 좋아해주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정작 아내는 남편이 유아교사 일을 이 정도로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남편은 공황장애로 인한 불안증상을 매일같이 음주로 달래고 있었다. 심리검사에서도 남편은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심각한 상태로 드러났다. 오은영은 "공황과 불안의 반복이 곧 우울이다. 남편은 집에 돌아가서도 여전히 긴장상태이다보니 불안과 우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술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건 우울증만 더 심해질 수 있다. 본인의 증상에 대한 정확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한 최종 솔루션으로 "부부의 에너지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나처럼 해봐'라는 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현재 부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식당을 한 곳만 운영하는 건 어떨까. 부부가 공간분리를 하고 일을 같이 하지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이어 오은영은 "식당은 더 잘할 수 있는 아내가 전담하고 남편은 본인이 행복해하는 유아교사 일에 전념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부부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주지못한 것을 사과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기실에 돌아온 남편은 이날의 상담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다시 한번 아내에게 술을 끊겠다고 약속했다. 아내 역시 남편의 적극적인 의지를 미소로서 반기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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