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TON이니까” 유망주 이찬솔이 그리는 ‘펜웨이파크 드림’

고봉준 2023. 8. 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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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보스턴 구단 마이너리그 훈련장을 방문한 이찬솔.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브리온컴퍼니

처음에는 자신조차 믿지 못했다. “아니, 나를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반문했던 미국 진출. 계약서 도장을 찍고 나서야 “내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일원이 됐구나”라고 느꼈단다.

최근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서울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이찬솔(18)을 만났다. 얼마 전 미국 현지답사까지 마치고 온 이찬솔은 “구단 시설을 직접 보니까 계약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듣던 메이저리그 최신식 환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루키리그인데도 훈련장부터 라커룸, 수영장 등 모든 시설이 완벽했다”고 웃었다.

이찬솔은 여러 KBO리그 스카우트들이 주목한 투수 유망주다. 시속 150㎞대 초반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줄 안다. 체격 조건도 신장 1m85㎝, 체중 88㎏으로 탄탄하다. 여러 장점이 높게 평가받아 9월 14일 열리는 202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이 예상됐지만, 이번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행선지가 바뀌게 됐다. 이찬솔은 “한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이 있는 보스턴이라는 이름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보스턴이 이찬솔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드러낸 시기는 5월이었다. 황금사자기가 끝난 뒤 계약 의사를 전해왔고, 지난달 계약이 확정됐다. 이찬솔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의심했다고 해야 할까. 올해 성적도 좋지 않은 나를 영입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보스턴 스카우트께서 내 육성 플랜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시더라. 여기에서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촘촘히 계획된 자료를 보면서 확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서울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이찬솔. 서울고 경기가 있던 목동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지난달 이찬솔은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구단 훈련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보스턴을 향한 애착심이 더욱 커졌다. 이찬솔은 “경기가 가능한 구장이 8개나 있더라. 라커룸과 수영장, 식당도 최신식이었다”면서 “시설 어느 곳에나 보스턴 엠블럼이 붙어있었다. 자긍심을 키우려는 취지라고 들었다. 또, 같은 의미로 구단 직원께서 ‘항상 구단 유니폼을 입으라’고 조언해줬다. 며칠간 머물면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펜웨이파크(보스턴 홈구장)를 향한 동경심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야구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은 초등학생 아들이 금방 야구를 그만두리라고 예상했을 정도다. 그런데 중학교로 올라가면서 공이 점점 빨라지더니 고등학교 들어서서는 제구도 잡히면서 유망주 수식어가 붙었다. 이찬솔은 “더 어릴 적에는 축구를 좋아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축구 재능이 없는 것을 아시고서 야구를 시키셨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붙었다. 직구 구위도 좋아졌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부터는 투수에만 전념했다”고 회상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보스턴 구단 마이너리그 훈련장을 방문한 이찬솔. 사진 브리온컴퍼니

이제 사회인으로서의 데뷔 무대가 정해진 이찬솔은 더는 고교야구 경기에선 공을 던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서울고 동료들과 동행하면서 학창시절을 마무리하고 있다. 미국에서 열리는 9월 교육리그 전까지는 훈련만 하면서 몸을 만들 계획이다.

다른 숙제도 있다. 영어 공부다. 이찬솔은 “구단에서 영어 과외를 시켜준다고 한다. 주 2~3회 정도 배울 수 있다고 들었다”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3개월가량 살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 기본적인 의사소통 정도는 했던 기억이 있다. 자신감을 갖고 배워보겠다”고 웃었다.

최근 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서울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이찬솔. 서울고 경기가 있던 목동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지난 3년간 이찬솔을 지도한 서울고 유정민 감독은 “(이)찬솔이는 체격이 좋고, 운동 능력도 뛰어나다. 앞으로 게임 요령만 더 터득하면 금방 좋은 성과를 내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이찬솔은 “감독님 말씀처럼 앞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3~4년 안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도록 하겠다. 물론 보스턴의 자랑인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승리투수도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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