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일 정상에 "깡패 우두머리들"…전술핵 배치 시사

정영교 2023. 8. 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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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강하게 규탄한 3국 정상을 '깡패 우두머리'에 빗대 비난하며 전술핵 실전 배치 등 대응을 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28일 북한의 해군절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관영 매체들은 29일 김정은이 해군절(8월28일)을 기념해 지난 27일 북한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해군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해군절을 기념해 관련 부대를 방문한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다. 한·미 양국이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와 한·미·일이 정례화에 합의한 연합훈련이 해상훈련 위주라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ㆍ미ㆍ일은 이날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해군은 “한ㆍ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 24일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발사 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엔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과 미국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 하구로함이 참가했다.


한·미·일 군사 공조에 반발


김정은은 이날 해군절 경축 연회 연설에서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 간 합의를 직접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27일 북한 해군절(8.28)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축하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통일부 당국자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따른 안보협력 강화 등 한·미·일 협력체의 획기적 진화에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깡패 우두머리' 비유에 대해선 "발언자의 저급한 수준을 드러내는 것으로, 기초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언급에 대해 평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그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강순남 국방상 명의의 담화에서 남측을 비난하며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제 김정은도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부른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버리고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여전히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영토 완정'이란 표현도 사용하는 만큼 혼선과 분열을 꾀하기 위한 전술일 뿐이라는 시각도 함께 존재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해군 작전지휘소에서 김명식 해병사령관을 비롯한 지휘관으로 부터 작전상황을 보고받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해군에 '전술핵' 실전배치 시사


김정은은 전술핵 배치를 염두에 둔 발언도 내놨다. 그는 연설에서 "국가 핵무력 건설 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 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 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해군에 배치할 수 있는 전술핵 무기에는 최종 개발 시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한 핵무인 수중 공격정(핵어뢰) '해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탄도미사일을 개량한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UFS를 의식해 자신들의 전술핵 능력을 강조하면서 전쟁억지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일 군사 공조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내부결속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해군사령부에서 작전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전쟁준비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시각각으로 더욱 엄중해지는 미제 침략군과 그 추종 군대들의 핵전쟁 도발 준동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게 전투 능력을 비상히 증대시키는 원칙에서 실전에 최대한 접근한 실동 훈련들을 부단히 다양하면서도 목적성이 강하게 조직 실행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27일 해군작전지휘소에 있는 대형 모니터 앞에서 김명식 해군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특히 북한 매체들이 해군 작전지휘소에서 김정은이 남측 지형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작전지도를 바라보며 작전 상황을 보고받는 영상을 공개한 것은 자신들의 '전쟁준비'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3개월 만에 등장한 주애


김정은의 해군사령부 시찰에는 딸 김주애가 동행했다. 그의 공개활동은 지난 5월 15일 김정은의 군사정찰위성 사업 현지지도에 동행한 이후 약 3개월여 만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군'에 대한 강조는 물론 해군에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체계나 작전 개념이 등장하는 것을 암시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시찰에는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강순남 국방상 그리고 지난해 말 해임됐던 박정천 전 노동당 비서가 동행했다. 북한 매체들은 박정천을 "조선인민군 원수"로 소개하며 그의 복귀를 알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병 작전 능력에 탁월하고 한·미 연합훈련 대응을 주도해 왔던 박정천의 재기용은 예견된 것"이라며 "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실전적인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딸 주애, 부인 이설주, 김여정 부부장 등과 함께 해군절 경축 연회에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이날 해군절을 기념해 해군팀과 공군팀 간 배구경기를 관람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해군 장병들의 사기 진작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후 열린 경축연회에 딸 김주애는 물론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 부인 이설주, 최선희 외무상 등이 참석한 영상을 공개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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