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월급' 165만원으로 오른다…국방예산 4.5% 올라 59.5조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서도 국방예산은 7년 만에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웃도는 상승폭을 나타냈다. 킬 체인(Kill Chain)·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대량응징보복 체계(KMPR)로 이뤄진 3축 체계 강화, 병 봉급 인상과 초급간부 처우 개선 등 지출이 필수적인 분야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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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선전’…국방예산 증가율, 정부 총지출 증가율 웃돌았다
국방부는 59조 5885억원 규모의 2024년도 국방 예산안을 짜 다음달 1일 국회에 내겠다고 29일 밝혔다. 올해 국방비(57조원)보다 4.5% 늘어난 액수로 정부의 ‘고강도 건전재정 기조’ 가운데 최우선 과제를 위한 재원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5.1%에서 2.8%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국방예산 증가율이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상회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하고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 분야에 재원을 중점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F-35A 추가 도입에 6500억원…3축 체계에 집중
내년 국방예산 정부안 가운데 무기 구매와 성능 개량에 쓰이는 방위력개선비는 올해 16조 9169억원 대비 5.2% 증가한 17조 7986억원으로 편성됐다. 여기엔 3축 체계가 주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6조 1257억원이 투입된 3축 체계에는 내년 7조 1565억원이 투입된다.
3축 체계 중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된 분야는 선제타격 개념인 킬 체인이다. F-35A 스텔스 전투기 20대를 추가로 들여오는 F-X 2차 사업에 6500억원 등 총 3조 3010억원이 킬 체인 분야에 배정됐다. 또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등 KAMD에 1조 5661억원, 고위력미사일과 특임여단 전력보강 등 KMPR 전력에 7483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군의 첫 번째 정찰위성 획득을 목표로 하는 '425 사업' 등 감시정찰·지휘통제 기반 전력에는 1조 5411억원이 편성됐다.
인구 감소와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비한 예산도 편성됐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에 2136억원, 일반전초(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 개량에 100억원이 배정됐다.
병 봉급 인상에 폴리스 스웨터, 얼음정수기 구매도
군사력 운영을 위한 내년도 전력운영비는 올해 대비 4.2% 증가한 41조 789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병력운영비는 24조 3224억원으로 병 봉급 인상 등의 요인에 따라 4.5%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올해 100만원인 병장 월급은 내년에 25만원이 올라 125만원이 된다. 적금의 고금리 이자 개념인 내일준비지원금도 월 최대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돼 내년 병장 월급은 사실상 165만원에 달한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내년 이 같은 병 인건비에 들어가는 예산은 4조2705억원으로 올해보다 7862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2025년에 병장 기준 월급 150만원과 지원금 55만원을 합해 매달 205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또 장병 주거 시설 개선과 편의용품 보급에도 예산을 더 투입해 복무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주거 시설 유지보수비는 올해 1999억원에서 내년 4196억원으로 대폭 늘었고, 전 장병 대상 플리스형 스웨터 보급에 67억원, 얼음정수기 보급에 48억원이 배정됐다.
초급간부 처우 개선엔 515억원 추가…요구 액수의 36%만 반영
군과 예산당국이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펼친 내년도 초급간부 처우 개선 예산에는 올해 대비 515억원이 추가돼 총 1998억원이 반영됐다. 단기복무 장교와 부사관 지원을 독려하기 위한 장려금의 경우 장교는 9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부사관은 75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된다. 또 이제까지 주택수당은 직·간접 주거지원을 받지 않는 3년 이상 근무 간부에게만 지급했으나, 내년부터는 3년 미만 근무 간부에게도 주기로 했다.
훈련 때 간부들이 자비로 식대를 부담하는 환경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간부 훈련 급식비 항목이 새로 추가돼 133억원이 배정됐다”며 “재원을 고려해 필요 액수 중 일부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도 초급간부 처우 개선 예산을 놓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시각이 많다. 당초 군 당국이 요구한 액수는 올해 1483억원에서 4137억원 늘어난 5620억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요구 액수의 36%만 반영돼 올해보다 515억원을 더 배정 받게 된 것이다. 재원 논의 과정에서 예산당국은 200억원대 이상 증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동안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군 당국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휴일·야간근무수당 신설, 당직근무비 인상, 성과상여금 등은 관계 부처와 꾸준히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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