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 9월 국립심포니와 첫 내한 공연

9월17일 국립심포니 제244회 정기연주회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투리안 협연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등 연주

"내게 중요한 것은 나와 조국 그리고 문명의 삶에서 공동 창작자가 되는 것이다"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Oleh Pavliuchenkov [사진제공 = 국립심포니]

바이로이트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 이래 145년 만에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포디움에 오른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가 첫 내한 무대를 선보인다. 그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평화의 선율을 선사한다.

29일 국립심포니는 리니우가 오는 9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라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1977~)과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등의 작품들을 들려준다고 밝혔다.

리니우는 보수적인 세계 지휘계에서 여풍을 선도하는 지휘자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역사상 등장한 첫 여성 지휘자이자, 259년 전통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극장에서 역시 금녀의 벽을 깬 선구자다. 그는 2016년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개최되는 '르비우 모차르트 국제 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했고, 같은 해 우크라이나 청소년 교향악단을 창단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이번 공연은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의 '밤의 기도'로 첫 무대를 연다. 이 곡은 지난 3월 리니우 지휘로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세계 초연한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으로, 단순한 선율이 내뿜는 긴장감이 쌓여 이르는 장대한 절정이 백미다. 고국의 평화를 바라는 두 음악가의 간절한 염원을 느낄 수 있다.

협연자로 이번 무대에 서는 바이올리니스트 하차투리안 ?MARCO BORGGREVE [사진제공 = 국립심포니]

이어 아람 하차투리안(1903~1978) 바이올린 협주곡을 세르게이 하차투리안(38)의 협연으로 연주한다.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이 곡은 작곡가의 고향인 아르메니아의 민속 음악을 활용한 곡으로 익살스러우면서도 애수 어린 분위기가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협연에 나서는 하차투리안은 2000년 제8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고,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기록하며 이름을 알렸다.

공연의 대미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교향곡 2번이 장식한다. 리니우는 라흐마니노프의 위대한 음악적 유산을 조명하며 정치·이념·종교가 넘지 못한 벽을 넘을 예정이다. 가을의 무르익는 풍광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국립심포니는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감상 지평을 열고자 미술작가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연 포스터는 '페르소나', '사이' 시리즈를 통해 현대인의 무질서한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해온 작가 김판묵이 참여했다. 실패의 트라우마를 이겨낸 라흐마니노프의 심경을 점, 선, 면으로 담아냈다.

국립심포니 9월 정기연주회 포스터. [사진제공 = 국립심포니]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