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배후를 읽다

정철 2023. 8. 2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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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는 출판편집자들이 직접 시민기자로 가입해 쓰는 출간후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혼란스러웠다.

히로세 요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거의 매일같이 TV에 출연할 정도로 소수의 구소련 지역 전문가였다.

번역과 편집 작업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사건의 전사를 조금씩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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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구소련 지역전문가 히로세 요코 지음 '중국과 러시아의 반미전략'

'편집자가 독자에게'는 출판편집자들이 직접 시민기자로 가입해 쓰는 출간후기입니다. <편집자말>

[정철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우발적인 사건인가, 필연성이 있었던가. 선진국 사이의 파워 게임은 위협이 있을 뿐 전쟁 억지가 중심되는 것 아니었던가. 러시아의 이 정도 개입이라면 핵 사용도 가능한 건가.

현재적 의미를 가진 교양서 중심의 시리즈를 하나 기획하고 있던 나는 이러한 의문을 답해줄 책을 하나 찾았다. 게이오대 교수인 히로세 요코가 쓴 <중국과 러시아의 반미전략> - 갈등·전쟁과 지정학이 그것이다.

히로세 요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거의 매일같이 TV에 출연할 정도로 소수의 구소련 지역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제일 먼저 얘기한 것이 연구 결과와 정치·경제적인 여러 이유로 살펴봤을 때 전면전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예측이었는데 그게 틀렸다는 자기 반성이었다.

이후 그 논리에 무엇이 빠졌던 것인가를 반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다. 상세한 내용은 그가 길게 작성한 한국어판 서문에 담겨있다.

번역과 편집 작업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사건의 전사를 조금씩 읽게 되었다. 중국과 러시아/소련은 어떤 관계였는가, 사이가 나빴는데도 어떻게 협력하게 되었는가, 미국과 나토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저자 관점에서는) 국제정세의 종속변수라 할 수 있는 일본은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일본보다 더욱 종속변수이자 남북 대치상태에 놓인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 중국과 러시아의 반미전략 책표지
ⓒ 정철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을 얻어와야 하는 처지였지만 수십년간 끊임없이 협상하면서 계속 유리한 위치를 점유해왔다. 그 과정은 마치 노련한 중국 상인이 돈으로 협상의 키를 쥐고 시장의 주도자가 되어가는 모습 같았다.

그 과정에서 종종 상도덕은 무시되었지만 돈이 필요했던 러시아는 점차 중국에 종속되어갔다. 저자는 이미 러시아가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가 되었다고 얘기한다.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과 경제력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연계를 강화해나갔다.

철도망, 연료망, 기간시설 구축 등의 과정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중앙아시아의 변화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에 놓여 있었다. 항상 서구 세계에 눈이 가 있는 나는 중국 경제력이 대단하다는 정도의 느낌만 가지고 있었지 일대일로 정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중앙아시아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러시아로서는 자신의 영역이 계속 침식당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다른 여러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반대한다는 상황에서 일시적 결혼 상태에 놓여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 결혼은 전혀 대등하지 않고 러시아가 중국에 계속 밀리는 느낌을 받는 결혼이었다. 러시아로서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압박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을 넘어서는 전쟁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읽어보니 대국 지향의 러시아가 교착상황을 타개하는 방식 중의 하나로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전쟁은 일종의 `사고'이지만 인류는 그 사고를 계속 일으켜왔다.

그리고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관계가 극도로 예민한 지금 시기를 맞이했고 한미일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저자는 일본을 `틈새 국가'라고 말한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다는 뜻이다. 미일안보조약 아래에 있는 한 틈새 국가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 상황이나 경제력을 봤을 때 틈새 국가라고 보기엔 너무 크다.

한국이야말로 그 틈새 국가라는 표현에 적합한 규모이자 위치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번역 작업 내내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 중국과 러시아의 반미전략 뒤표지
ⓒ 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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