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코미디로 색다른 맛"…'거미집', 김지운 감독·송강호의 영화의 가치를 묻는다 [D:현장]
칸 국제영화제에서 12분 동안 기립 박수를 받은 '거미집'이 추석 극장가 흥행 사냥에 나선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는 영화 '거미집' 제작보고회가 진행, 김지운 감독,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이 참석했다.
'거미집'은 다 찍은 영화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이 검열을 시작하고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작품이다.
'거미집'은 제 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돼 김지운 감독부터 송강호, 임수정 및 주연 배우들이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김지운 감독은 "저는 세 번째이고 송강호는 8번째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처음이었다"라며 "레드카펫을 할 때 초반에 긴장했다. 비경쟁 부분이고 축제니까 즐기라는 말을 했다"라고 칸에 다녀온 소감을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앙상블 코미디였다. 앙상블 코미디의 재미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서로 주고 받는 대사들이 난무하다. 내가 아는 배우들 중 가장 대사를 잘 갖고 노는 배우들을 섭외하려 했다. 독특하고 새로운 재미를 앙상블 코미디에서 제대로 해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힌 뒤 "새로운 소재, 독특한 재미,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이자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강렬한 드라마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중요했다. 앙상블 코미디에서 배우들의 위력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 '반칙왕' '놈놈놈' '밀정'에 이어 5번째 호흡을 맞췄다. 극 중 걸작을 만들고 싶은 김 감독 역을 맡은 송강호는 "장르적 변주를 통해 새로운 영화에 대한 갈증을 많이 풀어주시는 감독님이다. 김지운 감독과 27년 세월인데 그 중에서도 초창기 '조용한 가족' '반칙왕' 그때 그 독보적인 감각, 창의력이 가장 가장 닮은 영화가 '거미집'이라 반가웠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는 대체불가의 인물이다. 영화를 다 찍고 뭔가 아쉬워서 갈수 없을 때 송강호의 얼굴 클로즈업을 한 컷 더 찍었는데 그걸 붙이고 나니 완성이 됐다. 나에게 송강호는 구세주다"라고 화답했다.
임수정은 '장화 홍련' 이후 20년 만에 김지운 감독과 만났다. 임수정은 "이런 구성은 처음이었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작품 속에서도 내 실제 직업인 배우 역을 연기해 볼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베테랑 여배우 역할을 주셔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가장 차분하게 자기 할 것들을 베테랑 배우답게 연기에 진지하게 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가 '장화 홍련' 개봉 20주년이다. '장화 홍련'은 저라는 배우가 존재하게 해 준 작품이다. 나열하려면 하루가 걸리는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감독님 작품에 한 명으로서 임하고 싶었는데 '거미집'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특별한 해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바람둥이 톱스타로 호세를 연기한 오정세는 "호세는 사랑이 지나치게 많이 혼나야 되는 인물"이라며 호세와의 싱크로율에 대해서 "배우란 직업 외에는 다 다르다"라고 밝혔다.
또 오정세는 "캐릭터에 대한 재미도 있었지만 현장의 재미가 더 컸다. 진한 색의 캐릭터 사이에서 놀고 있다는 것이 저에게 기억에 많이 남는 현장"이라고 '거미집'에 애정을 표했다.
오정세와 임수정은 영화 '거미집' 속 부부로 등장한다. 임수정은 "늘 함께 작업 하고 싶었던 배우였다. 극 중에서 부부이긴 한데 그렇게 사이가 좋은 부부는 아니지만 컷만 하면 서로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라고 오정세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말했다.
전여빈은 미도 역을 맡았다. 미도는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걸작을 만들기 위해 재촬영을 감행하려는 김기열 감독을 존경하고 따르는 인물이다. 전여빈은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보자 싶었다. 신미도가 됐으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딪혀보자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밝혔다.
정수정은 1970년대 떠오르는 신예 한유림 역을 맡았다. 극중 한유림은 김기열이 만드는 영화 '거미집'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정수정은 "여우같아 보이지만 소녀 같은 면도 있고 자기 일을 하는 책임감이 있는 친구다"라고 한유림을 소개했다.
그는 "감독님이 대본 리딩 때 70년대 연기를 해주셨다. 멘붕이 왔지만 흡수해서 연습하고 그 시대 말투를 따오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거미집'은 캐스팅 당시 '수정'이라는 같은 이름이 두 배우 임수정, 정수정이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수정은 "언니를 사석에서 우연히 만나 처음 알게 됐다. 언젠가 작품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을 주고 받는데 그 다음 해에 하게 돼 신기했다. 소식 듣자마자 언니에게 문자를 했다. 아니다 다를까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라고 전했다.
임수정은 "음악 활동할 때부터 가장 좋아했고 팬이었다. 그런데 연기도 너무 잘한다"라고 정수정을 칭찬한 후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거미집'으로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다. 감독님에게 유림이를 수정이가 하게 될 거라고 들었을 땐 '으악' 소리를 질렀다. 대립 관계지만 저희끼리 놀 듯이 재미있게 찍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팬데믹 이후 위기를 맞은 영화계를 언급하며 "팬데믹 이후 영화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도 '거미집' 만들 때 영화란 무엇이고, 관객들에게 어떤 즐거움 주고 남아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다. 식상한 소재,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야기에 지치고, 식상해졌을 텐데 조금 더 과감하고, 새로운 재미의 색다른 맛의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라면서 '거미집'을 향한 관심을 당부했다. 9월 추석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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