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가 쏘아올린 작은공…유엔 “각국, 기후변화서 아동 보호 책임”

이유정 2023. 8. 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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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몬태나주를 상대로 소송을 낸 청소년들이 법원 앞에 모여있다. AP=연합뉴스


전세계에서 “기후변화를 막을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아동·청소년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제기구인 유엔이 아동의 환경권 보호에 대한 정부 책임을 명시한 행동 지침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최근 일반 논평 26호를 통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아동의 신체와 정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권리위는 “이번 발표는 아동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위원회 차원에서 처음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일반 논평은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협약·조약에 대한 일종의 세부 행동 지침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각국의 이행 보고서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아동권리위는 이번 발표에서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를 “아동에 대한 구조적 폭력”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각 정부가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것”과 “대기질 모니터링은 물론 식품 안전 규제, 독성 납 노출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기후 변화가 아동에게 불안과 우울증 등 정신 건강을 초래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이번 발표를 위해 아동권리위는 지난 2년간 121개국 1만 600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요구를 청취했다. 유엔의 자문위원이자 인도의 청소년 기후 활동가인 카르틱(17)은 영국 BBC에 “어린이들은 오늘날 세계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이라며 “우리의 목소리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출신의 타니아 도스 산토스마이아(14)도 “유엔의 발표로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더 잘 인식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20). 로이터=연합뉴스


유엔이 나서서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된 배경에는 세계 각지의 아동·청소년 기후변화 활동가들의 활약이 있었다.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변화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20)가 대표적이다. 툰베리는 4년 전인 2018년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4)에서 “당신들이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는 깜짝 연설로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듬해 영국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도 선정됐고, 전세계 청소년들 사이에 환경 운동 붐을 일으켰다.

청소년들의 국가를 상대로 한 환경 소송도 이어졌다. 이달 14일 미국 몬태나주에선 5세~22세의 청소년 16명이 화석 연료를 홍보하는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들은 앞서 “주 정부가 화석 연료 개발을 허용해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누릴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2020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3년 만에 “주 정부가 환경 영향을 고려하지 않아 원고들에게 해를 끼쳤다”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들은 “기후 변화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의 임무를 처음으로 확인한 역사적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포르투갈 청소년 6명도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과 영국, 러시아, 튀르키예 정부 등을 상대로 유럽 인권재판소(ECHR)에 제소한 상태다. “각국 정부가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의 잘못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의 첫 심리는 내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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