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조선소’로 변신하는 한화오션…스마트야드·로봇으로 ‘오션 미래’ 성큼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8. 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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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품에 안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스마트조선소’로 변신하고 있다.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야드’ 구축에만 약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로봇,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여 조선소 전체를 빅데이터 기반의 거대한 스마트야드로 전환한다는 포부다.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구축한 ‘디지털생산센터’. 생산 현장을 한눈에 파악해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디지털생산센터’ 구축

생산 관리·시운전…‘공항 관제탑’ 역할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디지털생산센터’를 구축했다. 디지털생산센터는 마치 공항 관제탑 같은 개념이다. 일일이 전화로 보고받거나 직접 현장 곳곳을 누비지 않아도 거대한 생산 현장을 한눈에 파악해 문제 발생 시 신속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이다. ‘스마트야드의 전진 기지’로 불린다.

디지털생산센터는 건조 중인 블록 위치 등을 드론,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생산관리센터’, 바다 위에서 시운전 중인 선박 상태를 육지에서 확인하는 ‘스마트시운전센터’로 구성됐다.

스마트생산관리센터는 최신 사물인터넷 기술과 디지털 트윈을 접목해 실시간 생산 정보를 공유하고 빠른 의사 결정을 하는 공간이다. 디지털 트윈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조선 업체 생산회의는 각 공장과 선박 공정률, 블록 이동 등 수많은 생산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고 별도로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생산관리센터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1분마다 업데이트되는 각종 생산 정보를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기상 상황 등 생산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을 예측할 뿐 아니라 시뮬레이션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생산관리센터와 함께 디지털생산센터 한 축을 맡은 스마트시운전센터 역할도 다양하다. 한화오션이 건조하는 시운전 선박의 장비별 성능, 연료 소모량, 문제점 등 모든 운항 정보를 수집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기술 지원을 할 수 있다. 선박의 해상 시운전은 원래 제한된 인원만 승선할 수 있다. 시운전 중 문제가 발생하면 기술 인력이 터그보트나 헬기를 타고 직접 해상에 있는 배로 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육상의 스마트시운전센터에서 엔지니어가 원격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시간으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시운전센터에 수집된 각종 데이터 활용 가치도 높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앞으로 건조될 선박의 장비 운전 최적화, 개선점을 사전에 적용해볼 수 있다. 선주들에게 운영비 절감 방안 등을 제안할 수 있어 수주 경쟁력 향상도 기대된다. 특히 한화오션 조선소에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스마트야드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첫째 ‘HS4(Hanwha Smartship Solution)’다. 한화오션은 스마트십 플랫폼 ‘HS4’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 플랫폼은 최신 IT 기술을 바탕으로 경제성, 편리성, 안전성을 확보한 스마트 선박을 구현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이 솔루션을 기반으로 환경 데이터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육상관제센터를 통해 실제 해상에서 운항 중인 선박의 유지 보수와 경제 운항, 안전 운항 등 최적화된 운항 서비스를 선주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둘째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선원 교육 시스템이다. 현실 공간과 동일한 선박 내부, 주요 장비를 360도 파노라마 가상현실 화면에 구현한다. 선원들이 장비 운전을 위한 준비, 유의사항과 가동 방법 등을 마치 현실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사전 교육을 통해 선주사는 선원들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장비 파손과 잦은 애프터서비스(A/S), 장비 운전 문의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셋째 VR 기반의 선박도장교육센터다. 실제 선박 블록에 오르지 않고도 블록 형상을 그대로 옮겨 온 가상 공간에서 선박 스프레이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조선소 선박 스프레이 작업자의 직무 교육은 고가의 도료 사용에 따른 비용 문제뿐 아니라 유기용제 사용에 따른 환경 문제 등 제약 요인이 많았다. 하지만 가상현실 기반 선박도장교육센터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소하면서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상시 체험이 가능해졌다.

넷째 자재 위치 관리 시스템 개발이다. ‘스마트 태그’를 통해 적시적소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보통 조선소에서는 다양한 자재와 생산 지원 도구를 사용하는데 그 위치가 분산돼 있을 경우, 필요한 자재를 찾고 이를 생산 현장에 투입할 때 많은 시간, 인력이 소비된다. 하지만 자재 위치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다섯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환경 모니터링과 원격 제어 시스템이다. LNG 운반선의 핵심으로 꼽히는 화물창은 그 내부가 온도, 습도에 민감한 합금인 ‘인바(INVAR)’로 만들어져 있다. 이 때문에 안전한 LNG 저장을 위한 품질 관리에 온도·습도 확인, 점검은 필수 절차다. 기존에는 현장 작업자가 조선소 안벽에 흩어진 선박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기로 온도와 습도를 확인해왔다. 이 방식은 실시간으로 측정값을 확인하기 어렵고 작업자가 직접 선박 내·외부에 가야 해 안전 우려가 제기돼왔다.

하지만 원격 제어 시스템으로 화물창에 온도, 습도, 이슬점을 감지하는 사물인터넷 센서와 통신 설비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화물창 상태를 PC, 모바일로 제공한다.

협소한 공간에서도 자동으로 용접할 수 있는 한화오션의 초소형 용접 로봇 ‘캐디’. (한화오션 제공)
AI 기반 자동화 로봇 도입

용접 협동, 열간가공 로봇 눈길

오늘날 로봇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이미 다양한 산업군에서 생산성 향상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한화오션도 로봇을 적극 활용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탄소강관 용접 협동 로봇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선박 배관 조정관을 용접하는 협동 로봇 개발에 성공해 선박 건조 현장에 적용했다.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충돌 안전 분석을 통해 안전 펜스, 안전 센서를 설치하지 않고도 작업자가 협동 로봇과 함께 용접 협동 작업을 할 수 있다. 이 로봇으로 작업 준비 시간을 60%가량 줄여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작업자 피로를 줄여주는 효과도 얻어냈다.

열간가공, 용접 로봇도 눈길을 끈다.

한화오션은 2020년, 전 세계 조선업 최초로 열간가공 작업에 AI 기술을 접목한 로봇 ‘곡누리’를 개발, 현장에 적용했다. 작업 환경을 개선하면서 표준화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저숙련자도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인공지능형 로봇이다.

기존 작업자의 노하우와 실적을 데이터로 저장, 활용하면서 작업 내용을 표준화해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또한 축적된 데이터는 향후 AI 기술을 이용해 다른 선박의 건조 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어 ‘사용할수록 똑똑해지는 지능형 로봇’으로 평가받는다.

용접 로봇 ‘캐디’는 협소한 공간에서도 자동으로 용접할 수 있는 로봇이다. 기존 용접 로봇(60㎏) 대비 4분의 1 수준인 16㎏의 초소형 로봇이다. 무선 조정도 가능해 기존 대비 생산성을 약 35%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한화오션이 이처럼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조선소에서는 수십, 수백만 단위 고객과 제품, 협력사, 공정, 장비, 자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의 사람, 설비, 자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모든 조직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 IoT, 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선박 생산에 접목시켜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야드’를 구축해 안전성을 제고하고, 인적 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 숙련직 감소에 대처할 것”이라며 “조선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미래 해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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