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역대급 예산 삭감...개성공단 깎고 인권·탈북민엔 증액

정영교 2023. 8. 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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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2024년도 예산이 전년 대비 4분의 3 수준으로 대폭 깎였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한 실상 알리기, 탈북민 지원 관련 사업비는 오히려 증액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역할 변화를 반영한 예산안을 편성했다.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간판 아래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총 1조1087억원 규모의 내년도 통일부 예산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총 1조1087억원 규모의 내년도 통일부 예산을 확정했다. 예산은 순수 정부 예산인 일반회계 2345억원, 남북협력기금 8742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올해 1조 4358억원보다 3271억원(22.7%) 줄어든 액수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10년 새 최대 규모의 감축"이라고 설명했다.

기록적인 예산 감축이지만,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소폭 늘었다. 통일부는 올해 1607억 규모였던 관련 사업비를 약 97억원(6.0%) 늘려 북한 인권 관련 사업과 통일인식 및 북한 이해 제고와 같은 북한 실상 알리기 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증액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반예산의 경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 ▶북한 실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납북자·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 ▶통일 준비 강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착 지원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구조 개편 및 국내외 협력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북한인권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뉴스1

특히 통일부는 총사업비 260억 규모의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한 인식 개선, '자유·인권' 가치에 대한 국민 공감대 확산을 위해 '(가칭)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024년에 시작해서 부지 매입과 설계 등을 진행하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해 2025년에는 완공 단계에 이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운영을 시작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위한 인권센터 관련 예산은 104억원으로 반영됐다. 북한 인권 전시·체험 공간인 동시에, 인권 콘텐트를 모으고 국내외로 확산시키는 허브로 기능할 것이란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또 국내외의 현인들과 함께 정기적인 '북한인권 국제대화'를 개최(연3회)해 국제적으로 북한인권 담론을 확산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또 '통일인식· 북한이해 제고' 사업(16억 2000만원)을 신규 편성해 북한의 전반적인 실상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예정이다. 납북피해자(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등)의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도 증액(1억 2000만원→1억 9000만원)했고, 탈북민의 내실 있는 정착지원을 위해 지난해 800만원에서 올해 900만원으로 한차례 인상했던 탈북민 정착기본금을 1000만원으로 인상했다. 이 밖에 국제사회 통일인식조사(4억 5000만원), 납북자 문제 한·일채널 구축 등의 신규 사업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동시에 상업용 위성영상을 도입(4억 9000만원)해 북한 주요지역·시설에 대한 보다 신속·정확한 위성영상분석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업 위성업체와 계약해 정밀도가 높은 북한 위성 영상자료를 확보하고 심층 분석을 통해 북한의 주요시설 등에 대한 현황 및 변화 양상을 파악할 예정이다.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 관련 예산으로 구성되는 남북협력기금은 큰 폭으로 깎였다. 기금 예산은 지난해(1조 2125억원) 대비 3383억원(27.9%)이나 삭감된 8742억원 규모다. 특히 당장 추진하기 어려운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분야 예산을 40% 이상 삭감했다. 여기에는 장기간 실질 집행률이 떨어지는 데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 장기화 등 상황이 반영됐다. 다만 삭감 기조하에서도 인도적 분야에는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하려 했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 관련 예산은 일정 규모로 반영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 진전 시 민생개선을 중심으로 한 초기 조치 등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일정 규모의 재원은 협력기금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구호지원 963억원, 민생협력지원 4753억원, 경협기반(유・무상) 2262억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

특히 협력기금에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예산도 각각 69억 5000만원과 40억원 규모로 반영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구조조정이나 개편안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단계"라며 "관련 예산안의 변경 여부에 대해선 지금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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