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슈퍼화요일’ 전날 첫 재판 잡힌 트럼프 “타락한 정부 원하는 대로, 항소할 것”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내년 3월 4일로 잡혔다. 공화당의 대선 경선 판세가 사실상 결정될 수 있는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 바로 전날이다. 재판 향방이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1ㆍ6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관여 혐의에 대한 재판을 맡은 타니아 처트칸 워싱턴 DC 연방지법 판사는 “트럼프가 내년에 다른 재판 날짜가 잡혀 있고 동시에 국가 최고위직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의 법적인 문제와 정치 캠페인이 이번 사건의 재판 날짜를 정하는 데 저해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첫 재판 날짜를 내년 3월 4일로 정했다.
이어 처트칸 판사는 “재판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종결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다”고 재판 일정 결정 배경을 밝힌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느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그의 (여타) 일정과 상관없이 재판 날짜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처트칸 판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됐다.
내년 3월 4일은 공화당이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의 대의원을 뽑는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가장 많이 열리는 슈퍼 화요일(3월 5일) 전날이다. 앨라배마ㆍ알래스카ㆍ아칸소ㆍ캘리포니아ㆍ텍사스 등 15개 주에서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동시에 열리는 만큼 대선 경선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해당 사건 첫 재판을 내년 11월 대선 이후인 2026년 5월에 열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총 4차례 기소된 트럼프는 2024년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재판이 끝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대통령 자격으로 ‘셀프 사면’하거나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을 통해 기소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 측은 그래서 최대한 관련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펴 왔다.
반면 이번 사건을 수사해 온 잭 스미스 특검은 내년 1월 2일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내년 3월 4일이 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요 경선 무대를 앞두고 재판장을 오가며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편향된, 트럼프 혐오 판사가 나에게 (특검이 제안한 재판 첫 날짜에서) 겨우 두 달 뒤를 허용했다”고 비판한 뒤 “바로 우리의 타락한 정부가 원하던 대로다. 나는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는 내년에 이미 여러 차례의 재판 날짜에 직면해 있으며 이런 일정 때문에 트럼프가 장기간 선거 운동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 지검이 수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 재판은 내년 3월 25일, 백악관 기밀유출 사건은 내년 5월 20일 각각 첫 재판이 열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건은 내달 6일 기소 인부(認否) 절차가 잡혀 있다. 이 사건을 맡은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사장은 애초 내년 3월 4일 재판 개시를 요청했으나, 최근 이를 바꿔 오는 10월 23일 재판을 시작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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