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예산안]남북 경제협력 반토막…北인권사업 '글쎄'
경색 국면 장기화 속 인도적 지원까지 위축
北인권에 예산 집중…내용은 전시관·콘서트?
내년부터 남북경제협력 예산이 40% 넘게 줄어든다. 군사적 대치와는 별개로 이뤄져야 할 인도적 지원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정권에 따라 협력을 뒤엎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작 '북한인권' 분야에 집중된 신규 예산은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일부는 내년도 전체 예산안 규모가 총 1조 1087억원이라고 29일 밝혔다. 올해 본예산 1조 4358억원 대비 3271억원(22.7%) 줄어든 규모다. 세부적인 구성은 일반회계 2345억원, 남북협력기금 8742억으로, 감액은 대부분 남북협력기금에 집중됐다. 올해 1조 2125억원에서 내년 8742억원으로, 3383억원(27.9%) 감소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개성공단 등 남북 경제협력' 분야 예산으로, 40% 이상 삭감됐다. 올해 4549억원에서 내년 2622억원까지 1925억원(42.3%)가량 줄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태도, 남북관계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라면서도 "인도적 분야에 대해서는 감액 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부사업을 보면 '민생협력지원' 분야에서 1296억원, '구호지원' 분야에서 107억원이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대화를 단절하고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조치지만, 결과적으로 인도적 지원까지 위축시키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연일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 가동 중인 것으로 포착되고 있으며, 개성공단을 비롯한 대북 경협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도산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보증을 믿고 경협에 뛰어든 기업들은 피해를 회복할 가능성이 더욱 요원해진 셈이다.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 경협은 사실상 '지원성 사업'으로 진행됐다. 이산가족 상봉 등에 대한 대가성으로, 한국 정부가 비료·식량 거래 등을 저리의 차관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기조를 고려하면 이러한 감액 방침은 북한에 '도발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의 의미를 내포하지만, 경제협력을 정권에 따라 언제든지 뒤엎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시관에서 북한인권 증진하나"…실효성 물음표
내년도 신규 사업이나 증액 편성은 대부분 '북한인권' 분야에 집중됐지만, 대부분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시급한 사안으로 평가되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현황 조사와 북한의 책임 규명을 위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통일부는 '국립 북한인권센터(가칭)'라는 일종의 체험 전시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사업비로 103억원을 신규 편성했으며, 서울 내 적정 부지를 찾아 2026년 초 개관을 목표로 하겠다는 설명이다. 북한인권 체험·전시, 관련 콘텐츠 생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민간에서 추진 중인 '북한인권박물관'과 내용적으로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통일인식·북한이해 제고' 차원에서 16억원, '북한인권 증진활동 및 공론화' 등 예산으로 40억원 정도가 순증했다. ▲토크 콘서트 ▲쇼츠 콘텐츠 ▲공모전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자 노력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선 피해자 보호·지원 예산을 소폭 늘렸고, '납북자 문제 한일채널 구축'에 10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올해 3월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의 방일을 계기로, 통일부와 일본 내각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무진 협의 등 구체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통일부는 국내외 저명인사를 불러 북한인권 실상을 논의하는 '국제대화'를 위해 10억원을 편성했으며, 올해 처음 공개한 '북한인권보고서' 발간비를 현행 4400만원에서 2억1400만원으로 늘렸다. 단순히 보고서 발간에만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국제 세미나 발표 등에 적극 활용하는 등 북한인권 사안의 국제 담론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도 일반예산에서 규모가 가장 크게 편성된 것은 북한이탈주민 지원 예산이다. 정착기본금을 현행 900만원에서 내년부터 1000만원씩 지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예산 규모 자체는 올해 209억원에서 177억원까지 줄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탈북민 입국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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