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母子가 찾은 곳은 지옥… 직장동료 폭행 일삼은 40대 항소 기각

가출한 모자(母子)가 살려고 찾아간 곳은 이른바 지옥이었다.

한 집에서 동거했던 모자 가족에게 가혹행위를 일삼은 ‘부자’에 대해 항소심 법정은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직장 동료였던 40대 여성과 그 아들을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하면서 모자에게 폭행을 일삼은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받고 항소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부산고법 형사2-3부(김대현 부장판사)는 중상해, 공갈, 특수폭행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4년을 선고받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중상해, 공동폭행 등 혐의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A씨의 아들 B씨가 제기한 항소도 기각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직장동료였던 A씨와 C(40대, 여)씨는 각자의 아들이 같은 중고교에 다니면서 가깝게 지냈다. 2016년 8월 C씨가 남편과 다툰 뒤 아들인 D(당시 10대) 군과 함께 가출했고 A씨는 아내의 동의를 받아 이들 모자를 자신의 집에서 살게 허락했다.

C씨는 집안일을 도와줬고 A씨도 처음에는 가족처럼 대했지만 1~2개월 지나자 A씨의 폭력이 시작됐다. A씨는 C씨의 아들에게 훈육해야 한다며 옷을 벗긴 뒤 신체 주요 부위에 비비탄총을 여러 차례 쐈다.

아들들인 B군과 D군이 오토바이를 훔치다 적발돼 소년원에 들어가자 폭행은 더 심해졌다. A씨는 “일할 생각 없이 답답하게 산다”며 C씨에게 폭력을 일삼았다. A씨는 2017년 1월에는 D군이 집에서 도망쳤다는 이유로 C씨에게 자기 아들을 직접 때리도록 강요했다.

아버지의 폭행에 아들인 B군도 가담했다. B군은 도망치려 했다며 C씨를 폭행했고 D군에게 얼차려 자세를 취하게 한 뒤 무릎과 배 밑에 압정을 깔아뒀다.

C씨는 먹다 남긴 라면을 몰래 먹었다며 B군으로부터 폭행당해 갈비뼈가 골절당하는 전치 8주의 중상해도 입었다.

또 B군은 이들 모자가 집의 음식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세제 등을 푼 대야에 C씨 모자의 머리를 여러 차례 집어넣는 ‘물고문’을 자행했다.

계속된 폭력에 겁을 먹은 C씨는 A씨의 강요로 시댁으로부터 수차례 걸쳐 생활비 260여만원을 받아 A씨에게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서 A씨 부자는 “피해자들을 폭행할 아무런 동기가 없었고 동거 당시 피해자들은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 진술이 너무 허무맹랑하다”고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여성과 아들이 상당 기간 떨어져 지내 허위 진술을 모의할 시간이 없었음에도 구체적 사실에 대해 진술이 일치한다”며 “피해자들이 무고나 위증죄의 위험을 무릅쓰고 허위사실을 꾸며내 진술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