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바꾸려는 다른 나라들... 한국은 준비 안 하고 있어"
[이영광 기자]
하루가 다르게 전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 변화를 이끄는 건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인재를 양성할지가 고민이다. 인재 양성의 핵심은 교육이다.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육 강국은 어떻게 교육할까?
EBS < 다큐멘터리 K >에서는 7월 19일부터 5주 동안 '세계의 교육' 10부작이 방송되었다. '세계의 교육' 10부작은 싱가포르, 독일,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미국, 이스라엘 등 8개국에서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는지 프리젠터 8명이 살펴보고 한국 교육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지 담았다.
제작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세계의 교육' CP로 독일, 핀란드, 이스라엘 등을 취재한 이한규 PD와 싱가포르, 미국을 취재한 한가름 PD를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의 EBS 사옥에서 만났다.
▲ ‘세계의 교육’ 10부작 연출한 이한규(좌), 한가름(우) PD |
ⓒ 이영광 |
이한규 PD(아래 이): "지금 모든 나라가 변화하는 세상에 굉장히 중요한 준비를 해야 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미래 세계에 맞는 인재 양성을 하려면 지금이 바로 중요한 때라는 걸 거의 전 세계에서 다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시점에 미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교육 다큐가 매우 시기적절했고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름 PD(아래 한): "저는 EBS에서 첫 다큐를 '세계의 교육'으로 배정받았을 때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면서 교육에 대해 관심이 크게 없었어요. 때문에 과연 내가 어떤 시의성 있는 주제를 뽑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세계 여러 다양한 교육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의 미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 교육을 어떻게 우리가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교육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우리의 교육이 바뀔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세계의 교육'은 교육 리더 8명과 함께 세계 8개국의 교육을 살펴보는 거였어요. 어떻게 이걸 기획하게 되셨어요?
이: "지난 한 12년 동안 '젊은 3040 학부모들이 제발 우리 애는 내가 받았던 교육과 다른 교육을 받고 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진보 교육감들을 많이 지지해 줬어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많이 당선되자 교사들이 아이들의 전인교육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혁신학교나 거꾸로 학교 등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졌거든요. 문제는 입시라는 큰 벽에서 그게 다 잘 안됐어요. 학부모들은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는 걸 알아도 그게 내 자식이 좋은 대학 가는 데 방해가 된다면 가차없이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교육에 대해 사람들에게는 이미 일종의 패배감이 있던 거죠.
저희도 이번에 교육 시리즈를 다시 기획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우리 교육에서 무엇이 좋은 교육일지 궁금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 EBS에서 했던 실험적이고 우리 교육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시기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지금 시점은 교육이 약간 살짝 힘 빠져 있는 상태라고 봤고, 그럴 거면 아예 눈을 해외로 돌려서 해외 교육 사례들 보며 다시 한번 시청자에게 교육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에서 '세계의 교육' 10부작이 기획되었습니다."
-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대해 해당 나라들은 어떤지 짚어도 될 텐데 그게 아니라 나라 별로 했는데 왜 이렇게 하셨어요?
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제가 애견인이라 개의 예를 들면요. 일종의 비유인데 사람의 간와 개의 간 기능이 비슷해요. 몸에 독을 해독하는 거죠. 사람은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고, 개는 알코올 분해가 안 되거든요. 왜냐면 인간은 술을 마시니까 해독 기능이 있는 거고 개는 술을 마실 필요가 없으니까 해독 기능이 없는 거예요. 그 얘기는 뭐냐면 우리가 간이라는 주제로 쭉 동물들을 횡단적으로 봐도, 각각의 동물이 가진 특성상 그 간 기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주제가 또 달라져요.
그것처럼 같은 입시 제도라도 독일의 입시 제도는 왜 이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보려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안 되고, '독일 내에 이런 교육 철학이 있었고 이런 입시 제도가 있다. 지금은 이런 교육의 어떤 단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입시 제도가 이렇게 만들어진 거다'라고 설명해야 해요. 즉 어느 하나의 교육을 설명하려면 그 나라의 어떤 제도도 설명해야 하죠. 제도도 단순히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안 되고 그 나라에서 그 제도가 존재하는 통시적인 그것들을 다 파악해서 얘기해야 사람들이 다 이해하거든요. 하나의 포인트를 갖고 나라마다 비교하는 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명확하게 비교가 돼서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을 수 있지만, 자칫 맥락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놓칠 수 있죠. 그런 차원에서 나라마다 집중해서 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 아이템 정하고 맨 처음에 뭐부터 했어요?
이: "처음에 기획하면서 일단 나라를 정해야겠죠. 나라를 정하는 데 있어서 그 나라의 교육 제도 중 어떤 부분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지, 이 나라의 제도를 분석해서 방송했을 때 이걸 본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거나 아니면 비교 분석을 할 수 있을지를 좀 더 생각해서 고민했어요. 특히 우리나라 교육에서 지금 잘 안 되고 있는데 그 나라에서 오히려 잘하고 있는 것들을 찾았어요. 대표적으로 우리는 시험 중심의 학교 교육을 아직도 하고 있죠. 근데 이미 유럽은 시민의식이나 이런 게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올바른 시민을 사회에 배출하기 위한 학생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유럽에서는 우리와 다른 교육 부분에 대해서 취재하자고 잡는 거죠.
또 다른 예를 들어서 싱가포르는 굉장히 나라가 작지만, 교육에 어떤 식으로 힘을 쏟아서 작지만 강한 부국이 됐을까, 이런 방식으로 시작했어요. 각 나라마다 그 나라가 잘하는 교육을 보고 그걸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보여줬을 때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서 아이템들을 정하는 거죠."
- 출국 전 취재할 나라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이: "보통 책도 구입하고 인터넷으로 여러 기사를 서치하죠. 근데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인터넷으로 해외 정보를 보는 것이 아주 별로잖아요. 그래서 예를 들어 이스라엘 편을 제작하면 국내 이스라엘 교육 전문가를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또 책과 논문을 집중적으로 보았죠. 또 현지에서 방송팀을 도와주는 분을 코디네이터라고 하거든요. 코디네이터가 실제로 교육 현장을 방문하고 현지 상황을 파악해 줘요. 그다음 같이 화상회의도 하며 최대한 양질의 정보를 많이 모으려고 다각도로 노력했습니다."
▲ < 다큐멘터리 K >의 한 장면 |
ⓒ EBS |
한: "아무래도 1편은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잡고, 우리 제작진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고민하며, 나아가 다음 편들도 관심 있게 보도록 유도해야 하는 중요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세계의 교육'을 통해 시청자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 싱가포르는 교사에 초점 맞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했나요?
한: "저는 교육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는 바로 '교사'라고 생각해요. 교사의 영향력이 학생 개개인에게 미쳐 미래를 변화시킬 인재를 만든다고 보거든요. 문제는 우리 사회가 교사 개개인의 역량만, 희생만 요구한다는 것이죠.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달랐어요. 교사가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또 교사의 역량이 평생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지원하거든요. 그래서 세계적으로 싱가포르의 교사는 전문가로 칭송받아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교사에 집중한다면 교육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봤어요."
- 싱가포르 교사 양성하는 학교도 가셨잖아요. 거기는 교생실습도 우리와 차이 있던데 어땠나요?
한: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교생 실습 기간이죠. 우리나라는 4학년 마지막 학기쯤 교생 실습 나가지만, 싱가포르는 매년마다 중등학교에 가면서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계속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싱가포르 국립교육원 학생들도 올해 본인이 가르치는 데 이 부분이 부족했으면 내년에는 이 부분을 채워야겠다고 다짐하는 인터뷰들이 많았죠."
- 한 PD님이 1부 방송 마지막 에필로그에 '최고의 교사, 당신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썼죠. 왜 응원하고 싶었어요?
한: "제 주변에는 교사인 분들이 많거든요. 얘기를 들으면, 옛날에는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즐거웠는데 지금은 매일 출근할 때마다 아무 일 없기를 바란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최근 들어서는 교사와 관련된 이슈들이 뉴스에 많이 나오기도 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싱가포르의 주제도 '교사'로 잡은 거죠. 사실 방송 당일,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젊은 선생님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저도 충격 받았어요.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 현장이 선생님들에게 얼마나 힘들고 열악한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죠. 저희 제작진이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처럼 EBS가 이 시대의 교사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이 잘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 2부는 독일이죠. 독일의 아비투어는 우리의 대학입시와 다른 거 같아요.
이: "아비투어는 기본적으로 서술형이죠. 그러니까 어떤 문학 작품을 읽고 이거에 대해 네가 분석하라는 시험이기 때문에 우리랑 다르죠. 우리는 5개 중에 찍는 거잖아요. 또 구술도 있어요. 심사위원들이 질문하면 그 앞에서 말로 답하는 거죠."
- 프랑스 같은 경우 답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것 같아요.
이: "맞아요. 정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학생이 자기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펼칠 수 있고 자기만의 뚜렷한 어떤 철학이 있고 주관이 있는지를 보는 게 훨씬 중요한 판단 기준이에요."
- 7부 미국에서는 교육격차 해소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미국도 우리나라만큼 교육격차가 큰가 봐요?
한: "미국 교육 격차 엄청 크죠. 미국은 정말 교육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부익부 빈익빈의 이런 경제적 차이로 가장 교육 격차가 큰 나라로,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 그래도 우리 생각에 미국 교육은 선진적이고 좋다고 알잖아요.
한: "근데 그 '좋다'라는 걸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될지 모르겠는데 그 좋은 게 만약에 이름 있는 명문대를 가기 위한 게 좋은 교육이라면 미국의 교육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꼭 명문대를 가기 위한 게 아니라 정말 학생의 이런 성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냐의 지점에서는 미국의 교육을 좋다고 말할 수 있는지 사실 의문이에요. 사실 이 '세계 교육' 시리즈는 공교육을 우리가 주로 다루거든요. 우리는 공교육에서의 역할을 다루기 때문에 미국의 교육에서 우리가 공교육에서 좋은 걸 찾으려면은 정말 좋은 게 많이 없었어요."
- '세계의 교육' 연출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까요?
한: "'세계의 교육'을 연출하면서 교육이라는 주제에 대한 무게감을 배운 것 같아요. 각 나라마다 교육이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저 역시 많이 배웠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이번에 교육감과 함께 동행하여 촬영을 나가 좋았던 것 같아요. 교육감이 직접 해외 교육 현장에서 이렇게 가서 보고 느끼는 것은 제작진의 의도와 또 다른 부분들도 있어서 좋았어요. 아무래도 뭔가 정책적으로 이걸 어떻게 적용해야 되는지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에 어떤 것이 필요할지 제도적으로 고민하는 이야기들이 의미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의 '세계의 교육' 10부작을 통해서 단순히 말로만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진짜 교육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변화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계가 요즘 엄청 빨리 변하잖아요.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서 교육을 바꾸려고 각국이 정말 많이 노력하는 게 느껴졌어요. 각 나라들이 교육을 통해 미래에 맞는 인간을 만들려고 한다는 걸 많이 깨달았어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준비를 정말로 안 하고 있죠."
- 취재하며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이: "그 나라의 모든 가치와 철학, 미래 비전이 다 담겨 있는 게 어떻게 보면 교육이잖아요. 근데 그걸 보름짜리 촬영으로 담는 게 힘든 거죠. 그걸 담아오는 게 굉장히 촉박하고 시간에 쫓겼어요."
한: "해외 촬영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많이 나와 대처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던 것?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섭외를 다 해놓고 갔는데 첫날 촬영하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동의를 다 받지 못했다고 2주 뒤에 찍자고 하는 거예요. 저희는 2주 뒤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죠. 하나가 어그러지니 뒤에 촬영들 일정도 다 바뀌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조율하는 과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해서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스태프들도 열심히 해보려고 했다가 대기 시간이 길어지니 다들 지쳐서 더 효율이 안 나오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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