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뎁- 허드 '세기의 소송전', 내가 한심해진 까닭

김형욱 2023. 8. 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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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뎁 vs. 허드>

[김형욱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뎁 vs. 허드> 포스터.
ⓒ 넷플릭스
 
존 크리스토퍼 뎁 2세, 일명 조니 뎁과 엠버 허드는 2009년 <럼 다이어리>라는 영화를 촬영하며 만나 사랑을 싹 틔웠다. 물론 당시엔 둘 다 연인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난 2014년에 여러 정황상 약혼한 것으로 추측되고 2015년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2016년, 결혼 후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허드가 뎁을 상대로 접근금지 신청과 이혼 소송을 냈다. 이혼소송은 1년 후 마무리됐다. 

그런데 조니 뎁과 앰버 허드 간의 진짜 갈등은 이혼 후부터 시작되었다. 2018년 12월, 허드는 <워싱턴 포스트>에 여성의 가정폭력 관련 기고문을 게재하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했다. 뎁은 가정폭력범으로 전락했다. 이듬해 3월, 뎁은 허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손해배상금 5천만 달러를 요구했다. 2020년 7월에는 영국에서 뎁이 자신을 두고 '아내 학대범'이라고 칭한 <더 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재판이 열렸으나 패소했다. 2021년에는 허드가 뎁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1억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그리고 2022년 4월 중순, 대망의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재판이 열렸다. 재판의 모든 과정이 생중계되었다.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뎁 vs. 허드>가 조니 뎁과 앰버 허드의 2022년 4월 페어팩스 카운트 재판을 짧고 굵게 들여다봤다. 그들은 왜 이 재판에 이르렀고 결과는 어땠으며 수많은 이가 생중계로 지켜본 경위는 어땠는가 말이다.

조니 뎁과 앰버 허드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

페어팩스 재판은 조니 뎁이 앰버 허드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의 일환이다. 하여 뎁이 원고이고 허드가 피고다. 2020년 영국에서 뎁이 <더 선>에게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선 뎁이 패소했었기에, 이번 소송이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여전히 뎁은 '아내 학대범'으로 근 몇 년 동안 할리우드에 얼굴을 비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패소하면 뎁의 연기 활동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로썬 무조건 승소해야만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이미 크게 훼손된 이미지를 다시 복원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말이다.

한편 허드도 무조건 승소해야 했다. 안 그래도 유명인 '미투' 명예훼손 소송 중 법정으로 오게 된 첫 사례인데, 패소하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이룰 건 다 이룬 뎁과는 달리, 지난 2018년 <아쿠아맨>으로 크게 날아오른 뒤 본격적으로 스타의 길을 가고자 입지를 다지고 있는 타이밍인데 말이다.

21세기 최고의 연예 스캔들이자 물러설 수 없는 명승부(?)를 생중계로 접할 수 있게 해 준 판사와 원고, 피고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다. 재판은 연극과 다를 바 없기에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른바 공동으로 제작하고 기획한 홍보활동인 걸까? 그렇다면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서로 윈윈하는 재판이었을 테다. 또는 둘 다 이미지만 실추된 승자 없는 게임이었을 수도 있다.

21세기 최고의 연예 스캔들을 둘러싼 여론의 흐름

<뎁 vs. 허드>도 주안점을 재판 자체보다 재판을 둘러싼 여론의 흐름과 양상에 뒀다. 세계적인 톱스타들의 명예훼손 재판을 생중계로 볼 수 있게 했을 때부터 이미 예측했겠지만, 팬들이 법원 앞에서 진을 치며 응원 또는 비방하는 건 물론 틱톡을 위시한 SNS에서 그야말로 관심이 폭발했다. 심지어 같은 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면전으로 번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많은 피드를 양산시켰다. 그야말로 당대 전 세계 최고의 이슈였던 것이다.

문제는 심각해지는 여론심판 양상이었다. 조니 뎁과 앰버 허드 둘 다 톱스타이지만, 그 인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뎁이 차원이 다른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비록 '아내 학대범'뿐만 아니라 유명한 마약쟁이에 알코올 홀릭에 바람둥이라는 게 널리 퍼져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니 재판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미 뎁의 압도적 승리가 점쳐졌다. 생중계를 결정한 순간부터 말이다.

재판 양상은 치열했다. 뎁과 허드 측 모두 동일한 사건을 두고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를테면, 뎁이 허드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하는 사건에서 뎁은 아니라고 하고 허드는 맞다고 한다. 반대로 허드가 뎁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하는 사건에서 허드는 아니라고 하고 뎁은 맞다고 한다. 양측의 주요 증인들의 증언도 완벽하게 갈린다. 심지어 임상심리학자들의 의견도 갈린다.

재판이란 게 이렇게도 재밌을 수 있나?

세계적인 배우들답게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상대측에서 무슨 말을 하든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가 하면, 울음과 비웃음을 적절하게 내보인다. 얼마나 진짜처럼, 진정성을 내포하고 있는가로 판가름 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는 진실을 말하고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을 테지만, 누가 관심이나 갖고 상관이나 할까 싶다. 심지어 둘 다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 테고 둘 다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태반이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재판이란 게 이렇게도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첨예하고 치열한 공방, 진실과 거짓을 둘러싼 공방이 아닌 조니 뎁과 앰버 허드라는 이미지를 둘러싼 공방이니 말이다. 지켜보고 있노라면, 내가 한심해지고 세상이 한심해진다. 그들의 싸움은 그들을 제외하곤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텐데, 유명인들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몰렸다. 관심 없는 나도 끼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대형 이슈가 되는 아이러니다. 그러며 이 재판은 실체 없는 허상, 진실 없는 연극, 유명인들의 홍보활동에 불과하다고 해설을 곁들인다.

이 작품은 SNS의 실체, 즉 지금 이 시대의 실체를 까발린다. 뎁과 허드의 소송과 재판은 수단일 뿐이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생중계를 지켜보며 의견을 남기고 응원하고 비방했다고 하는데, 과연 모두 진실한 존재일까? 실체가 있는 존재일까? SNS가 소통의 장이라고 하지만, 모두 '진짜'인지 알 도리가 없다. 가짜들이 점점 더 판 치고 있으니 말이다.

뎁과 허드도 그 점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지 않나 싶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짐이 없이 첨예하고 대립하는 양상을 수년째 지속하며,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도리가 없는 추종자들을 양산시킨다. 그러면서 10년도 더 된,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건들을 꺼내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 진실은 오직 둘만 정확히 알고 있다. 둘 사이의 공방은 영원히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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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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