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어제는 틀리고 오늘은 맞다는 ‘이상한’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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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환경 규제를 위반한 기업에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고 기록이 조만간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 영업이익 2200억원의 70%에 육박하는 과징금 규모도 눈길을 끌지만, 전후 사정이 알려지면서 환경부의 '줏대 없는'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가 공장 폐수를 외부로 반출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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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억원'
우리나라에서 환경 규제를 위반한 기업에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고 기록이 조만간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불명예의 주인공은 바로 HD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 영업이익 2200억원의 70%에 육박하는 과징금 규모도 눈길을 끌지만, 전후 사정이 알려지면서 환경부의 '줏대 없는'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대형 정유사에 막대한 과징금을 가져온 건 기름이 아닌 물이었다. 발단은 지난해 한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가 공장 폐수를 외부로 반출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조사 결과 현대오일뱅크가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 넘게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하루 950t의 공업용수를 자회사인 HD현대케미칼과 HD현대OCI에 공급하고, 이들 업체는 이 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오일뱅크는 당시 대산지역의 가뭄으로 공업용수를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하자 이 폐수를 재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물은 불순물을 제거한 재활용수로, 현대오일뱅크 공장 내에서도 쓰던 물이었다.
물을 공급하는 과정도 밀폐된 관로를 이용했기 때문에 공장 외부, 즉 자연으로 배출되지 않아 환경오염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대케미칼과 현대OCI도 재활용수를 사용하고 나서 적법한 기준에 맞춰 최종 폐수를 방류했다. 환경부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고 한다. 수자원 절약뿐만 아니라 재활용으로 폐수 배출 총량까지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현행 물환경보전법에서는 폐수를 재이용하는 경우, 동일한 배출시설에서 재이용하지 않고 다른 배출시설에서 재이용하거나 화장실 용수, 조경용수 또는 소방용수 등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사례가 문제가 된 이유는 폐수를 재이용한 곳이 별도 법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사업을 위해, 현대OCI는 타이어 소재로 쓰이는 카본블랙을 생산하기 위해 현대오일뱅크와 OCI가 만든 합작사다. 모두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있다. 현대케미칼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유 공정의 부산물인 탈황중질유를 원료로 사용한다. 여러 법인의 설비가 원부재료나 유틸리티를 공유하기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공장 구분이 되지 않는다. 법인은 다르지만 사실상 하나의 공장인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설명에도 환경부는 지난 10월 과징금을 사전통지하고,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11일 관계자 8명을 기소했고, 결국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싶던 사건이 최근 반전을 맞았다. 환경부가 지난 25일 "킬러 규제 혁파" 외치며 산업 폐수 재이용 확대 방안을 발표한 것. 기업 간 재이용이 불가능하던 산업공정 배출수(폐수)의 이용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그동안 산업계나 지자체에서 산업폐수의 재이용에 대한 요구가 많아 이번에 규제를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와 동일한 사안을 두고 불과 1년도 안 돼 정부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처분과 관련해 "조금 엄격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도, 소급 적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원칙도, 관용도 없는 무책임한 태도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과징금 처분이나 검찰 기소 전에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을까.
기업 활동을 옥죄는 불합리한 규제는 없애겠다는 정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달라져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렇게 말을 쉽게 바꾸는 정부를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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