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역설…"AI 칩 인기가 다른 반도체 수요 떨어뜨려"

박선미 2023. 8. 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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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넘치는 수요를 확인한 엔비디아의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로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들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어도 실제로 업황회복이 나타나고 우리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얘기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과 관련해 최근 한달간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는 매출액 7조8235억원, 영업손실 1조6455억원이다. 올해 1, 2분기에 기록한 영업손실 각각 3조4023억원, 2조8821억원과 비교하면 메모리반도체 감산 효과로 매 분기 1조원씩 손실액을 줄여나가는 흐름을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흑자전환까지 갈길은 멀다. 뒤늦게 반도체 감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3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가 컨센서스는 매출액 67조6671억원, 영업이익 2조9744억원으로 지난 1, 2분기에 기록한 6000억원대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실적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 역시 세부실적을 들여다보면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부문(DS)은 3분기에도 여전히 2조원대 적자를 기록해 3개분기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3분기 실적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일부 고위급 임원들 사이에서는 "DS는 올해 안에 흑자전환이 힘들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반도체 시장 전체의 기대감으로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 전체의 회복이라기 보다는 AI 칩에 대한 수요는 줄을 서고 있는데 공급역량은 부족하고 엔비디아만 공급할 수 있으니 돈방석에 앉게 된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산이 정해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에 돈을 쏟아부을수록 일반 서버, 그리고 D램이나 낸드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데이터센터 투자를 집행하는 기업들이 한정된 예산 내에서 AI 칩 구매에 주력하며 다른 반도체들의 수요를 낮추는 '카니발리제이션(시장자기잠식)'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칩 수요 증가에 대응해 평균판매단가가 높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고대역메모리(HBM) 출하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연말까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할 전망이다. 결국엔 전반적인 IT 기기에 대한 수요와 일반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 회복이 맞물려야 반도체업황에 대한 제대로된 회복을 얘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반도체업계는 현재 반도체경기가 여전히 최악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반도체 가격회복 지연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 BSI가 8포인트나 내려갔다. 특히 반도체 설비, PCB 기판 제조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의 업황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는 우리 경제의 반도체 수출회복 시점을 빨라야 올해 4분기가 돼야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2024년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에 대한 과잉재고가 완화하고 수요가 회복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반도체산업협회 역시 3분기에는 메모리·시스템반도체 모두 수출회복이 불가능하고 10월부터 메모리반도체 부문 플러스 전환을 시작으로 11월과 12월에나 플러스 수출증가율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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