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모델Y RWD, 배터리가 어쨌든 테슬라는 테슬라
일상 주행 무리없는 주행 거리
말 안하면 모르는 저렴한 가격
허술해 보이는 데 '역시'라는 말을 듣는 브랜드는 어디에나 있다. 보기보다 과하게 비싸다거나 그보다 더 저렴하고 상품성 좋은 것들이 많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잘 팔리는 브랜드에는 다 이유가 있다. 또 이는 손가락질을 아무리 받아도 해당 브랜드를 생존하게 하는 힘이 된다.
테슬라 모델 Y RWD는 테슬라에 쏟아지는 우려와, 그럼에도 왜 테슬라인지를 단번에 설명하는 차다.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한 첫 보급형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Y RWD'를 직접 1박 2일간 시승해봤다. 서울에서부터 충남 당진까지 왕복 약 200km를 주행했다. 테슬라 모델Y RWD의 가격은 지자체별 보조금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보조금 수령시 4000만원 후반대~5000만원 초반대다.
외관은 워낙에 테슬라가 모델별 디자인 차이를 크게 가져가지 않는 탓에 신차산 것 같은 느낌은 없다.동글동글하면서 유선형 라인이 많이 적용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 얼굴이다. 이제 테슬라의 외관은 못생겼다, 잘생겼다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냥 테슬라처럼 생겼다고 봐야겠다.
특히 살 때는 좋지만 탈 때는 티내기 싫은 저렴한 가격에 대한 오너들의 자존심을 지켜준다. '테슬라처럼' 생긴 외관엔 그 어디에도 RWD라는 표시를 찾을 수 없다. LFP 배터리가 탑재돼 저렴하게 샀다는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절대 들통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쩌면 테슬라 모델 Y RWD의 오너가 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테슬라 시승인 만큼 조금은 익숙하게 B필러에 카드키를 갖다댔다. 문을 열고 무선 충전 패드에 키를 올린 채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건다. 일반적인 차량들과 전혀 다른 테슬라 만의 방식은 몇 번을 시승하더라도 여전히 휴대폰을 잠금 해제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인테리어는 테슬라라서 허용되는 텅빈 감성이 그대로 적용됐다. 1억을 훌쩍 넘는 모델S나 모델Y RWD나 중앙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내부가 텅 비어있다는 건 같지만, 확실한 건 모델Y RWD는 보급형 모델이란 사실이 잘 와닿는단 점이다.
시트부터 대시보드까지, 전반적인 내부 색상부터 모두 검정색으로 마감됐는데 중간 중간 우드 소재가 적용됐다 하더라도 다소 저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만약 현대차에서 5000만원짜리 전기차를 내놓고 내부를 이렇게 디자인했다면 엄청난 혹평에 시달려야할 듯 하다. 테슬라 모델 Y RWD 인테리어에서 운전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스티어링 휠 중앙에 박힌 테슬라 로고 뿐이다.
물론 테슬라라는 브랜드 자체가 가진 인테리어가 매번 이렇기 때문에 이 또한 '테슬라'라는 브랜드 가치로 상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 될 것은 없다.
기어 변속기는 기존 모델처럼 스티어링휠 뒤에 컬럼식으로 탑재됐고, 요크 스티어링 휠도 제공하지 않는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모든 기능을 컨트롤한다는 것도 당연히 같다.
아쉬웠던 마음도 잠시, 테슬라 모델Y RWD는 시동을 걸고 나면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모델 S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역시 그랬다. 안 좋은 것 같은데 또 너무 좋다.
승차감은 기존 모델 Y를 시승해본 적이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했지만, 직전에 탑승했던 모델 S와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안정적이다. 테슬라 특유의 단단하고 묵직한 바닥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방지턱이나 고르지 않은 노면을 지날 때는 곧잘 걸러낸다. 한번에 100km가량을 내리 운전 했음에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던 것을 보면 시트도 꽤 편안한 듯 하다.
오토 파일럿은 모델 S와 기능상 편차 없이 기대했던 수준을 거뜬히 충족해내는데, 오토파일럿 없는 차가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편리하다. 특히 시승 당일 비가 많이 왔는데, 호우에도 차선을 완벽하게 잡아준 덕에 불안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토와이퍼 기능 역시 와이퍼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했을 정도로 똑똑하게 작동됐다.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것이 특징인 만큼 주행거리가 특히 신경쓰였던 부분이었으나, 예상보다 수월하게 우려를 불식시켰다. 출발할 때 360km 수준이었던 잔여 주행거리는 100km 가량 달린 뒤 확인해보니 기존대로라면 260km 쯤 남아있어야 했지만, 290km로 표시됐다.
틴팅(썬팅)이 되지 않은 뜨거운 테슬라를 시원한 바람으로 채우기 위해 에어컨을 풀가동한 채 달렸지만 주행거리가 급속도로 닳는다던지 충전이 필요할 것 같다는 불안감은 좀체 들지 않았다. 물론 겨울철 히터를 가동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도심 위주의 일상용도로 구매한다면 꽤 넉넉하게 느껴질 듯 하다. 물론 전기차는 첫째도, 둘째도 충전인 만큼 롱레인지 모델이 아닌 이상 집과 가까운 곳에 충전소가 있을 필요는 있겠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테슬라 모델 Y RWD는 또 기자를 시험대에 들게 했다. 5000만원 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 텅 빈 차량을 사는데, 타고 나니 역시나 테슬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 달 전 모델 S를 시승한 이후 어렵게 잊은 테슬라의 맛을 다시 잊기까지 또 한참의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타깃
-5000만원대로 얻는 테슬라 오너 부심
-내부가 비었어도, 주행거리가 짧아도 '테슬라' 타고 싶다면
-저렴한 가격, 살땐 좋지만 탈 땐 티내기 싫은 당신
▲주의할 점
-어댑터 사용도 가능하지만, 가까운 곳에 슈퍼차저 있어야
-겨울철엔 장담할 수 없는 LFP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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