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승강장 ‘크레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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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 발빠짐 주의.' 지하철을 기다리다 보면 승강장 바닥과 스크린도어에 노란색으로 부착된 안내문을 가끔 마주하게 된다.
2020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서울지하철에서 발생한 발빠짐 사고는 136건, 휴대전화 빠짐 사고는 1643건이다.
도시철도건설규칙상 차량과 승강장 사이 간격이 10㎝를 초과할 경우 발판 등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 중 열에 여덟은 구조상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새삼 발빠짐 주의라는 표지를 다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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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 발빠짐 주의.’ 지하철을 기다리다 보면 승강장 바닥과 스크린도어에 노란색으로 부착된 안내문을 가끔 마주하게 된다. 열차가 오면 승차 지점에 불빛도 반짝거린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간격)을 주의하라는 신호다. 설마 여기에 발이 빠지겠어 하는 방심은 금물이다. 2020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서울지하철에서 발생한 발빠짐 사고는 136건, 휴대전화 빠짐 사고는 1643건이다.
보험금이 지급된 사례만 포함된 거라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략 매주 한 명은 보험금을 청구할 정도로 치료가 필요한 발빠짐 사고를 당하고, 틈새에 휴대전화를 빠뜨리는 일도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생긴다는 얘기다. 일부 승강장 간격이 규정보다 넓은 데다 보완장치 설치도 안 돼 있어서다. 도시철도건설규칙상 차량과 승강장 사이 간격이 10㎝를 초과할 경우 발판 등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 중 열에 여덟은 구조상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크레바스’(빙하 위의 갈라진 틈)처럼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지하철 승차위치 1만9256개소 중 간격이 10㎝를 초과하는 승강장은 3397개소. 20㎝ 이상인 승강장은 82개소다. 간격이 가장 넓은 곳은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3-3)으로 28㎝나 된다. 성인 여성의 평균 발 사이즈보다 크니 무심코 지나가다간 빠질 수 있다. 3호선 충무로역은 26㎝, 동대입구역은 23㎝다. 심할 경우엔 발만 빠지는 게 아니라 한쪽 다리가 허벅지까지 깊게 빠져 크게 다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보다가 미처 틈을 인식하지 못한 20~30대의 사고가 많다.
지난 27일 다섯 살 남자아이가 3호선 충무로역에서 출입문과 승강장 사이에 빠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전동차에서 내리던 아이는 발을 헛디뎌 20㎝ 틈에 가슴과 어깨 부위가 끼었다. 엄마의 비명을 들은 승객들이 지하철 문이 닫히지 않도록 막은 채 틈에 끼어 있던 아이를 무사히 끌어올렸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 주변 승객들의 도움이 컸다. 다행이다. 새삼 발빠짐 주의라는 표지를 다시 보게 된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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