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신문 기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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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읽으며 한글을 깨우치고 신문을 통해 한자와 문장을 배웠다는 소위 '신문 키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이들이 지금도 신문 기사를 보며 정보를 얻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평범한 생활인이 신문 기사를 읽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일은 없다.
신문 기사는 작성 기자부터 팀장, 부장, 교열기자, 편집기자가 읽는 과정을 거쳐 신문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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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읽으며 한글을 깨우치고 신문을 통해 한자와 문장을 배웠다는 소위 ‘신문 키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가정에서 신문을 펼쳐놓고 하루를 조망하는 모습도, 지하철에서 신문을 접어가며 읽는 모습도 거의 사라졌다. 그럼에도 신문은 생활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신문이 전하는 뉴스와 콘텐츠는 모바일기기와 PC를 통해,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우리 곁에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지금도 신문 기사를 보며 정보를 얻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평범한 생활인이 신문 기사를 읽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일은 없다.
신문 기사는 작성 기자부터 팀장, 부장, 교열기자, 편집기자가 읽는 과정을 거쳐 신문에 실린다. 인쇄 전까지 이 과정은 거듭된다. 논리적 오류와 오탈자를 수정하고, 더 적확한 문장을 만들기 위한 점검은 계속된다.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았는지도 따진다. 발간 후에도 오류를 확인하면 수정한다. “그 정도 글은 나도 쓴다”고 얘기하는 이들 중 같은 소재가 주어졌을 때 비슷한 품질의 글을 내놓는 이는 극히 드물다. 신문 기사보다 화려하게 쓸 수 있는 이들은 있지만 같은 길이에 같은 양의 정보를 오롯이 담은 글을 쓰는 이는 찾기 힘들다. 기사가 정보만 담는 그릇도 아니다. 시 못지않은 유려한 문장들도 곳곳에 숨어 있다. 신문 기사가 인공지능(AI)의 교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7년여 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후 많은 기사가 쏟아졌는데 AI의 언어 훈련을 위해 영어사전(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나 소설(미국 스탠퍼드대학)을 활용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곧 신문 기사도 공부하겠구나’ 싶었다. 신문 기사보다 좋은 교재는 없으니까.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교재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수천년 전부터 전해져온, 수준 높은 기보를 학습해 이세돌을 이겼다. 바둑 사이트에서 매일 수천, 수만 번 진행되는 대국만 학습했다면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24일 네이버는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최수연 대표의 설명에서 한국어에서만큼은 전 세계 어떤 기업과 경쟁해도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근저에는 수십년치의 신문 기사를 학습했다는 하이퍼클로바X의 결과물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하이퍼클로바X가 고품질의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훌륭한 교재로 학습했다는 의미다.
신문협회는 앞서 “동의 없이 뉴스 콘텐츠를 AI 학습에 이용하는 것은 언론사의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업체들이 AI의 뉴스 콘텐츠 학습에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며, 논의가 건강하게 이어져 기술회사와 콘텐츠 회사 모두 윈윈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한국어로 표현되는 최고의 AI 결과물이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주된 학습 대상이었던 신문 기사의 우수성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하이퍼클로바X가 신문 기사를 계속 학습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훌륭한 결과물의 수준이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제는 뉴스 콘텐츠의 AI 활용을 위한 건강한 논의와 적정한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 마련이다. 건강한 논의와 적정한 산정 기준 마련이 흐지부지돼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신문이 자사 콘텐츠의 AI 학습을 막게 된다면 AI 기업이 내놓는 결과물은 향후 변색될 가능성이 커진다. 구글의 신경망 소프트웨어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찍은 사진에 ‘고릴라들’이라는 태그를 붙였던 것처럼 양질의 콘텐츠로 보완되지 않는 학습 알고리즘은 흔히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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