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공멸의 줄타기, 지대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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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는 '밟고 오르거나 그것을 따라 지나가다'이다.
반면 '줄 타다'는 '힘 있는 사람과 관계 맺어 그 힘을 이용하다'로, 부정적 뉘앙스도 풍긴다.
그 전형이 지대추구(地代追求)다.
그러니 지대추구의 끝은 경제 공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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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는 ‘밟고 오르거나 그것을 따라 지나가다’이다. 반면 ‘줄 타다’는 ‘힘 있는 사람과 관계 맺어 그 힘을 이용하다’로, 부정적 뉘앙스도 풍긴다. 힘이 공권력이면 더욱 그렇다. 거간꾼들이 나라 공복과 한통속이 돼 남 것을 가로채거나 뺏으니 그런 줄타기는 기껏해야 제로섬 게임이다. 그 전형이 지대추구(地代追求)다. 처음에는 편법의 영역에 머물다가 줄곧 개발 비리, 입찰 비위, 채용 특혜 같은 부패 범죄로 타락한다.
토지처럼 ‘공급이 제한된 정부 인허가 등으로 짜낸 초과이득’(지대)을 겨냥한 야합이 지대추구다. 경제의 독소라고들 한다. 정치인 책 출판기념회가 작은 예다. 은밀한 기대와 후원금이 주로 교환될 뿐인데 대필작가 인쇄 화환 진행 등의 비용 낭비가 지나치다. 이어 귀띔 무마 면제 선정 등 대가성 특혜들이 경제를 옴팡지게 좀먹고 혈세도 마구 축낸다. 물론 이런 기념회보다 한층 악랄한 줄타기들이 넘친다. 근데 강탈에만 죄다 골몰하면 누가 땀 흘려 생산하겠는가. 그러니 지대추구의 끝은 경제 공멸이다.
금융위기, 불평등, 패권 다툼에 팬데믹을 겪으며 시장 통제의 글로벌 기류가 일었다. 온건 보호(미국) 전략적 자치(유럽연합) 공동 부유(중국) 같은 구호로 강력한 산업정책 및 확대 재정과 더불어 전방위 규제 강화론이 재등장했다. 하지만 이 신개입주의가 위태하다. 들입다 압박을 늘리니 정책 목표들 사이의 충돌이 잦다. 설계와 집행의 명백한 과실도 교묘히 얼버무린다. 작위적 승자 뽑기에 취해 도덕적 해이와 망국병인 지대추구가 심해진다. 기업과 협회들 줄 세우다 결국 더 끈끈히 유착하므로.
지대추구의 폐해는 광범위하다. 자고로 야합에 빠진 공복들은 폐쇄 먹이사슬 밖의 국민은 철저히 괄시한다. 국정 효율성을 들먹이며 규범과 절차적 정당성을 뭉갠다. 툭하면 겁박하고 악이라 낙인찍으니 애먼 가슴에 치도곤을 먹인다. 위법은 아니라고 강변하나 인권을 밟는 작태들이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EIU의 ‘2022 민주주의지수’에서 한국은 167개국 중 24위로 1년간 8단계 떨어졌고, 국경없는기자회의 ‘2023 언론자유지수’는 47위로 4단계 하락했다는 뉴스에 그래서 지레 움찔한다. 어떻게 일궈온 민주주의인가.
지대추구를 척결하자던 대통령 신년사. 맞는 말인데도 그의 타깃 설정에 당황했다. 지대를 만들어 향유하는 선봉대는 잇속 빠른 공복군(群)이다. 대장동 태양광 LH 비리를 보라. 또 낙하산 인사는? 막무가내 논공행상에 더해 ○피아 차원의 전관들 내리꽂기, 그들이 얽힌 협잡이 줄짓는다. 여타 짬짜미들도 끔찍하다. 같이 줄 타느라 혁신은 한참 뒷전이다. 대외 여건만 개선되면 지금의 고된 경제가 한결 나아질까? 연일 이권 카르텔을 깨부수자는 대통령. 턱밑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지대 사냥꾼들이 그 영순위다. 괄목할 성과를 낸 후 정치권의 수탈 구조까지 깨면 좋으련만.
적발과 징계만으론 어림없다. 우선 비대화를 막자. 전 정권에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이 각 13만명과 11만명 이상 파격 증가했다. 1년 전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정원(116만3000명)을 매년 1%씩, 이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총정원(44만9000명)을 3년간 2.8% 줄인다고 공언했다. 정보시스템에서 어제 확인하니 후자는 줄었고 전자는 되레 늘었다. 작은 정부 공약을 지키자. 한편 성과측정법 정보기술 인공지능의 혁명으로 기업들은 살고자 다시 몸부림치고 있다. 로널드 코즈 교수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긴 논문(‘기업의 본질’)의 주장처럼 이른바 시장 ‘거래비용’이 줄면서 가령 인적 구성, 아웃소싱, 상품 번들에서 변혁 중이다. 그래야 정부도 산다. 높아진 투명과 효율에 지대추구가 강하게 억제되리라. 미루던 공공개혁을 서두르자.
김일중(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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