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희토류 공급망 구축 서둘러야
한국·미국·일본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반도체 등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을 위해 3국 조기 경보 시스템(EWS)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공급망 위협에 대응해 경제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조기 경보 시스템은 반도체·배터리 등 관련 물자가 부족할 때 한·미·일이 조기에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해 공급망에 끼치는 영향을 막기 위한 틀이다. 한국 정부는 한·미·일 정례 협의를 통해 공조 방안을 마련하고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과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 등 다자 협의체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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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일 ‘조기경보시스템’ 합의
중국의 자원무기화 대비해야
정부·기업, 광물별 역할 분담을
」
최근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자 중국은 보복 차원에서 반도체용 희소금속인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으로 맞대응했다.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한 품목 중심으로 보복 카드를 하나씩 꺼내면서 관련 광물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8월 2주 평균 갈륨 가격은 ㎏당 345달러로, 한 달 만에 22.1% 급등했다. 게르마늄도 ㎏당 1440달러로 한 달 전(1340달러)보다 7.4% 올랐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중의 패권 갈등이 격화하면서 자원민족주의 확산과 그에 따른 후폭풍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냉전 이후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글로벌 시장이 붕괴하면서 산업 전반을 넘어 여러 방면에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시장을 60% 이상 점유하고 있는 주요 광물은 디스프로슘(100%)·테르븀(100%)·갈륨(94%)·마그네슘(91%)·네오디뮴(85%)·게르마늄(83%)·천연흑연(67%) 등이다. 더구나 중국은 올해 상반기 해외 자원개발에 100억 달러 규모를 투자했다. 전년 동기보다 131% 급증한 것이다. 주로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나미비아·탄자니아)와 남아메리카(볼리비아), 그리고 동남아(인도네시아) 국가들이다.
중국은 핵심광물의 공급을 막아 주요국의 첨단제품 생산을 위험에 빠뜨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첨단산업은 물론 야간 투시경과 같은 전쟁물자에도 사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주요 전략용 군수 광물 13개 중 텅스텐·바나듐·희토류·갈륨 등 8개는 중국의 지원 없이는 제품 생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희토류가 문제다. 미국은 2025년까지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캐나다·호주 등과 결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당장 수급이 문제다. 적어도 2030년까지는 각종 핵심광물의 공급을 간접적으로라도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아직은 중국의 조치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지만, 문제는 세계 광물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주요국을 상대로 전선을 확대할 경우다. 따라서 미국에 이어 EU도 핵심 원자재법을 통해 공급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공급망 핵심 기업과 기술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와 함께 공급망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10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결성했다. EU는 2020년 9월 원자재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일본은 2021년 4월 일본·인도·호주를 잇는 공급망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이번 한·미·일 3국의 핵심광물 관련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 참여는 잘한 결정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형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 간 협력 채널로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대상,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등 협력 기반을 활용해 공급망 협력 의지가 있는 국가와 먼저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원자재 생산 인프라 구축 여건이 있어 기업 주도로 협력이 가능한 국가와 공공부문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나눠 협력 대상 국가를 유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업 주도의 경우 호주·베트남 광산개발, 인도네시아·필리핀은 니켈, 칠레는 리튬과 구리가 유망하다. 정부 주도의 경우 핵심광물이 풍부하며 고려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이 적합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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