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1년…진척 없는 재건축부담금·취득세 중과 완화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정부가 발표한 지 1년이 다가오는 재건축부담금과 취득세 완화가 안갯속이다.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국회에서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사이 집값 움직임이 달라진 주택시장 변수까지 끼어들어 규제 완화 수준이 당초 정부 발표에서 상당히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적인 재건축 규제인 재건축부담금(이하 부담금)과 취득세 다주택자 중과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국회 논의가 재개하면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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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면제 금액·구간 줄여야" 주장
정부는 지난해 8월 부담금이 재건축 사업을 위축·지연시킨다고 보고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이를 줄이겠다고 했다. 이어 다음 달인 9월 말 세부적인 ‘합리화 방안’을 내놓았다. 부담금은 재건축이 완공되면 사업 기간 동안 평균보다 많이 오른 집값(초과이익)에 대한 현금 부과금이다. 추진위 구성 시점부터 준공 시점까지 조합원당 초과이익이 3000만원이 넘으면 2000만원씩 늘어날 때마다 부과율이 10%씩(최고 50%) 올라간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 법을 만들어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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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반대에 집값 상승까지 겹쳐
면제 금액·구간 등 놓고 의견차
재건축 지연에 시장 혼란 커져
"빠른 시일 내 국회서 정리돼야"
」
정부 완화안(원안)은 사업 시작 시점을 추진위에서 조합설립으로 늦춘다. 2006년 이후 집값 상승 등을 고려해 부담금 면제 금액을 1억원으로 올리고 부과구간을 7000만원으로 확대했다. 부담금 면제금액, 부과기준 등이 모두 법률로 정해진 것이어서 법률을 바꿔야 한다.
여당의 관련 법 개정안 발의 이후 국회 논의에서 야당도 부담금 완화에 반대하지 않았지만, 면제금액·부과구간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정부가 면제금액·부과구간을 3.3배 정도로 늘리겠다는 근거는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변동률이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이후 집값 하락으로 중위가격 변동률이 3배 이하로 내려갔다며 면제금액·부과구간을 각각 8000만원, 5000만원으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야당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면제금액은 1억원으로 유지하되 부과구간을 ‘7-6-5-4’로 줄이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부과율 10% 부과구간 7000만원, 20% 6000만원, 30% 5000만원, 40% 4000만원이다. 이에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과이익이 많은 서울 강남의 부담금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수정안에 부과율 60% 구간을 추가하자고 했다.
현행보다 더 높은 부과율 제안도 나와
이 안들의 득실이 어떨까. 시뮬레이션해보면 부담금이 대체로 정부 원안부터 장철민 의원 안까지 모두 현행보다 줄어든다. 하지만 원안보다 정부 수정안과 야당 안들에서 부담금이 더 많다. 지역적으로는 초과이익이 적을수록 완화 효과가 크다. 면제금액이 1억원 이하이면 지난해 말까지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전국 93곳 중 41곳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 중 23곳이 지방이다. 현행과 정부 수정안을 비교해보면 전국 평균 예정액이 9700만원에서 4700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서울은 2억2000만원에서 1억3500만원으로 인하 폭이 전국 평균보다 적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부과구간 폭이 좁아지거나 60% 부과율이 생기면 강남 부담금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예정액만으로 따지면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 부담금이 현행 4억5000만원에서 정부 완화안의 경우 3억6500만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장철민 의원 안으로는 4억3700만원으로 별로 줄지 않는다. 강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완화안 발표에 반색했던 주민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취득세 중과 완화는 집값 반등의 역풍을 맞고 있다. 정부는 집값이 곤두박질치던 지난해 12월 21일 ‘부동산세제 정상화’를 내걸고 2주택까지 중과를 폐지하고 3주택 이상의 세율을 50%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율 법안 개정 전이더라도 이날 이후 취득분부터 소급적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담금과 마찬가지로 야당은 중과 완화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완화 수준을 두고 정부 안에 반대하고 있다. 2주택 중과 완화에 대체로 찬성하면서 3주택 이상의 완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취득세 등 지방세를 다루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논의에서 “3주택부터는 투기”라며 “이것을 완화한다는 건 주택정책이 앞으로 어려움에 부닥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3주택 이상 중과 완화 반대 주장도
여당도 정부 안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일부 의원은 세율 인하 폭을 줄이자고 했다. 정부가 제시한 인하 폭 4~6%포인트를 2%포인트로 축소하는 것이다.
근래 집값이 상승하고 주택매매 거래가 증가하면서 정부의 다주택자 중과 완화 명분이 약해졌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5월 말 바닥을 쳐 지난주 0.1%가 넘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0.1% 이상 상승률은 2021년 11월 말 이후 21개월 만이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중과 완화 발표 직전 1000건을 밑돌았던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거래량도 약 2년만에 최근 4000건을 넘어섰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꼬이면서 시장은 혼란스럽다.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부담금 개편 결과를 지켜보느라 사업이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첫 부담금 부과 대상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은 2021년 7월 준공 후 2년이 지나도록 사업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완화된 부담금을 적용하기 위해 부과를 보류하고 있어서다.
정부를 믿고 집을 산 다주택자는 정부가 낮추기로 한 만큼 돌려받지 못할까 불안하다. 이미 현행 법대로 취득세를 냈으면 법 개정 이후 차액을 환급받는다. 정부와 여당도 당초 완화 계획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합의를 도출해 부담금·취득세 중과 완화 결론을 내야 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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