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뒤피의 그림, 모차르트의 음악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는 음악가에게 바치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특히 모차르트에게 바친 그림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뒤피의 그림을 볼 때마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을 때와 같은 경쾌하고 발랄한 생명력을 느끼곤 한다.
뒤피의 그림에는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수채화적인 투명함과 산뜻함이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과 닮았다. 모차르트의 음악, 특히 피아노곡은 음악의 수채화다. 페달을 이용해 음을 억지로 증폭하거나 연장하지 않고, 갖가지 악상기호와 화음으로 음들을 덕지덕지 처바르지 않고, 음의 본질을 투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뒤피의 그림은 매우 율동적이다. 뒤피는 화면에 붓질하는 바로 그 순간의 손놀림을, 그 리드미컬한 동작의 율동성을 그대로 화면에 재현했다. 그런데 그 리듬은 그렇게 복잡미묘하거나 변화무쌍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유사한 형태의 리듬이다.
이 섬세한 반복의 물결이 모차르트 피아노곡의 빠른 패시지를 연상시킨다. 맑고 투명한 소리로 통통거리며 건반의 위아래를 질주하다가 마침내 앙증맞은 트릴을 거쳐 프레이즈를 끝내는, 말하자면 ‘저건 바로 모차르트 음악이야’라고 생각하게 하는 바로 그 ‘모차르트 표 패시지’를 연상케 하는 경쾌한 리듬감이 뒤피의 그림 속에서도 보인다.
라울 뒤피의 그림과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은 수채화처럼 투명하다. 물감으로 화폭을 어지럽게 뭉개지 않고, 페달로 음을 치장하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가듯 가벼운 무중력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일견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뒤피의 그림이나 모차르트 음악을 가볍다고 여기는 것은 그동안 비본질적인 것을 과도하게 짊어진 과체중의 그림과 음악에 짓눌렸기 때문이 아닐까. 그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가뿐하게 벗어던진 그들의 그림과 음악이 ‘가벼움’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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