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마켓 나우] 한 세대에 한번 있는 기회
4차 세계화는 현재 진행형
제2차 세계화는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한 이후부터 브레턴우즈 체제와 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은 1970년대까지다. 제3차 세계화는 금융규제가 완화되고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히 발전한 1980년대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까지다. 이 시기에 각 국가의 비교우위에 따라 글로벌공급망이 퍼졌다. 3차 세계화의 또 다른 특징은 중국의 부상이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불과 7년 동안 중국의 공산품 수출은 46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미국은 제조업 일자리의 8개 중 1개, 영국은 4개 중 1개가 사라졌다. 국가 간 소득분배는 공평해졌지만, 개별국가 내 불평등은 증가했다. 냉전 종식 이후 15억명의 인구가 극빈층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선진국 노동자들은 개도국의 저임금 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어쨌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서 세계화가 역행하는 중 아닌가? 겉으로 보면 그렇다. 미국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과 2022년 사이에 21.6%에서 16.3%로 감소했다. 그러나 한 연구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의 수입에서 베트남(1.9%p), 대만(1%p), 캐나다(0.75%p), 멕시코(0.64%p), 인도(0.57%p), 한국(0.53%p)의 점유율이 상승했다.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거나, 전략적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중국이 포함된 공급망과 밀접한 국가들이 혜택을 받았다. 중국은 멕시코·베트남·인도 등을 우회 통로로 삼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단순히 중국 제품의 포장 허브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경제가 이념에 따라서 작동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레빈슨에 따르면 세계화는 200년 동안 끊임없이 변했다. 현재 진행형인 제4차 세계화에서는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일이 화물선을 통한 상품 운송보다 더 중요해졌다. 문화산업이 대표적이다. 한때 서적과 음반은 물리적으로 가공된 상품으로 매장에서 판매됐다. 이제 우리는 상품을 소유하지 않고 영화·책·음악을 즐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관계 속에서 지정학적 교역관계가 변하고 있는 현재를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제조·IT·문화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한국은 이번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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