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코리아 심은 데 코리아 난다
30년 뒤 2053년, 학교에선 책읽기와 글쓰기 과정이 없다. 다양한 소프트웨어 발달로 뭔가 궁금해하면 망막렌즈에 장착된 홀로그램에 검색 결과가 뜬다. 말하고 싶은 생각이 자동완성어가 되어 화면에 뜬다. 이를 안구의 시선 방향으로 편집하면, 음성변환기가 읽어준다. 교육이 필요했던 지식 인지기능은 백과사전을 통째로 다운로드한 뇌이식칩을 켜기만 하면 된다. 경험의 축적인 행동기억기능은 안구렌즈 초소형카메라로 24시간 영상녹화되기에 망각의 염려가 없다. 법적 분쟁이 일어날 일이 없다. 극소수 부모들은 그에 저항해 책읽기와 글쓰기를 홈스쿨 교육으로 따로 가르쳐, ‘생각하고, 말하는’ 기능을 자녀가 잃어버리지 않게 분투한다.
영화 ‘컨택트’의 원작자 테드 창과 차세대 SF작가 켄 리우의 단편소설에서 두드러진 주제 중 하나인 ‘지능과 기억’에 대한 미래상에 나의 상상을 보태보았다.
인류 다음 세대의 뇌에 입력될 지식의 전체에는 무엇이 들어갈까. 그 데이터베이스 안에 한국의 문학과 철학·역사는 들어 있을까.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는 인류의 유산이 될 전 세계 언어 기록문학을 무료전자책으로 만들고 있다. 일본어 영역엔 고대·중세·근대의 다양한 책이 있지만 한국어 영역에선 어학사전 한 개가 전부다. 아마존에 ‘Korea’ 자료를 검색하면 한국전쟁과 관광책이 대부분이다. 요즘 K문화가 환영받는다 기뻐하지만 연예계 스타만 있고, 한국인의 생각과 이야기는 드물다. 세계인이 한국을 알고 싶어도 이를 충족할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 세상에 ‘갑툭튀’는 없다. 한국인은 어떤 생각을 해왔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앞선 세대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다. 한국학 문화유산이 전자책으로 만들어져, 인류의 다음 세대에 심어질 데이터베이스 안에 포함되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난중일기』가, 『삼국유사』가, 『열하일기』가 각 나라 인공지능 입력 데이터에 충분히 들어 있는 날을 꿈꾼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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