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정율성 공원 철회, 장관직 걸것”…강기정은 강행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광역시가 조성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에 대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의 우려를 표명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28일 전했다. 광주 출신인 중국 음악가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과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참모들에게 정율성 역사공원이 “국가보훈부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관련된 모든 부처가 신속하고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단순 역사 논쟁을 넘어 행정안전부나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국가의 보조금과 예산 집행 과정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요청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에도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해 어떤 지자체가 추모공원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회 통합과 관용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되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연대와 통합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우회적으로 ‘정율성 공원’을 비판했었다.
정율성 공원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28일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장관 자격이 없다. 장관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순천역 광장을 찾아 6·25전쟁 당시 호남학도병 현충시설 건립을 발표하면서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라며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4·19 단체인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와 5·18 단체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5개 단체는 이날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광고를 실었다.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예정대로 당당히 추진하겠다”고 사업 강행을 공식화했다. 정율성 생가인 광주시 동구 불로동 일대 878㎡에 48억원을 들여 조성 중인 공원을 계획대로 올해 연말까지 완공하겠다는 뜻이다. 강 시장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30여 년 전 정부가 먼저 시작한 사업”이라며 “노태우 대통령 때인 1988년 정 선생 부인인 정설송(丁雪松·딩쉐쑹) 여사를 초청해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삼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 정율성 곡이 연주되는 퍼레이드를 참관했다”고 주장했다.
박태인 기자, 광주=황희규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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