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 뒷심…KT, 거침없는 추격전
프로야구 상위권 구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 두 달간 여유 있게 1위를 달리던 LG 트윈스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반면 한때 꼴찌까지 내려앉았던 2위 KT 위즈는 무서운 상승세로 선두를 위협하고 있다.
LG는 6월 말 SSG 랜더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뒤 선두를 굳게 지켰다. 탄탄한 투타 전력을 앞세워 시즌 50승과 6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다. 그 사이 2위 SSG와의 격차도 계속 벌어졌다. 한때는 7경기 차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지난 주말 창원 원정 3연전에서 뼈아픈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25일 1차전에서 1-14로 대패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26일 2차전에서는 9회 말 투아웃까지 5-3으로 앞서다 뜻밖의 상황 탓에 다잡은 경기를 놓쳤다. 9회 말 2사 1루에서 박민우는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상대로 2루수 앞으로 굴러가는 땅볼을 쳤다. LG 2루수 신민재는 이 공을 잡아 유격수 오지환에게 토스했고, 그대로 경기는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이때 윤상원 2루심이 “타구에 맞았다”는 표시로 손을 들었다. 야구규칙 5.06(c) 6항에는 ‘내야수(투수 포함)에게 닿지 않은 페어 볼이 페어 지역에서 주자 또는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또는 내야수(투수 제외)를 통과하지 않은 페어 볼이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각 주자는 진루한다’고 명시돼 있다. 심판의 몸에 닿은 타구는 내야 안타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TV 중계 리플레이 화면에는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가기 전 윤 심판위원의 뒤꿈치를 스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기를 끝낼 상황을 놓친 고우석은 흔들렸다. 2사 1·2루에서 제이슨 마틴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준 뒤 권희동에게 좌월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았다. LG는 그렇게 5-7로 역전패했다. 그러자 일부 LG 팬은 이 패배를 심판 탓으로 돌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온라인상에는 윤상원 심판의 테러를 예고하는 글도 올라왔다. 결국 KBO는 심판위원회와 상의해 윤 심판을 다음 경기에서 배제하고 다른 심판을 투입했다. 그러나 LG는 27일에도 NC에 3-5로 지면서 뼈아픈 3연패를 당했다. 그 사이 2위 KT는 계속 이겼다.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1로 승리하면서 주말 부산 원정 3연전을 싹쓸이했다. 1위 LG와 2위 KT의 격차는 7.5경기에서 4.5경기로 줄어들었다.
놀라운 반전이다. KT는 올 시즌 50경기를 치른 시점(6월 4일)에 18승2무30패로 최하위였다. 그러나 6월을 승률 1위(0.652)로 마치더니 후반기 들어 더욱 기세를 올려 2위로 올라섰다. KT의 후반기 성적은 25승 6패(승률 0.806)로 압도적인 1위다. 심지어 이달에는 18승 4패(승률 0.818)로 더 높이 날았다. 이제는 2위 경쟁자인 SSG를 넘어 선두 LG 추격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KT의 힘은 강력한 마운드에서 나온다. 고영표-웨스 벤자민-윌리엄 쿠에바스-엄상백-배제성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KBO리그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불펜도 강하다. 홀드 1위(27개) 박영현과 세이브 2위(24개) 김재윤이 뒷문을 굳게 지키고 있다. 소형준·강백호·조용호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KT가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다.
후반기 최강자 KT는 29일 안방에서 8위 삼성 라이온즈를 만난다. LG는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잠실 3연전을 벌인다. 1위 LG와 2위 KT는 일주일 뒤인 다음 달 5~7일 수원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배영은·고봉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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