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외국인 2배로…조선업 뜨자 울산 동구가 살아났다
지난 25일 울산 동구 방어동 ‘꽃바위 바다소리길’. 2㎞ 구간에 형성된 먹자골목 같은 이곳은 외국인 거리로 불린다. 곳곳에는 ‘나부르츠’ ‘샬리마 포린’이라고 쓰인 식자재 마트가 눈에 띄었다. 마트에는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한 채소와 통조림, 나시고랭 소스 등을 팔았다. 서양식 맥주점과 피자 전문점, 삼겹살 판매점, 브런치 카페 등도 있다.
이곳은 주말이면 외국인 근로자로 북적인다. 대부분 인근 현대중공업 등 조선소에서 일한다. 이곳에서 만난 베트남 국적 20대 근로자는 “동료 외국인 직원과 자주 (외국인 거리를) 찾아 식재료를 사고, 술을 마시며 타향살이 힘겨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청 관계자는 “문 닫고 사실상 다 죽어가던 꽃바위 바다소리길이 최근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확 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던 울산 동구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산업연구원은 국내 228개 시·군·구 인구 변화를 조사해 울산 동구를 ‘소멸 우려 지역’으로 분류했다. 광역시에 속한 도심 지자체, 그것도 이른바 ‘돈이 잘 도는 곳, 경기가 좋은 곳’ 울산 도심 지자체 소멸 우려는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7월 15만6089명이던 울산 동구 인구는 올 2월 15만5735명으로 줄었다. 2017년 이후 조선업이 불황을 겪자 인구가 감소했다. 울산 동구에 따르면 주민 30~40%가 조선업 종사자 또는 그 가족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난 3월(15만5932명)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5월 15만6461명, 7월 15만8191명으로 1년 사이 2000여명 늘었다. 울산 전체 5개 구·군 중 인구가 증가한 곳은 동구가 유일하다.
지방 소멸 극복을 견인한 것은 ‘코리안 드림’을 위해 이곳을 찾은 외국인 근로자다. 이들은 베트남·중국·스리랑카·몽골·인도네시아·태국 등에서 왔다. 지난 7월 기준 동구 외국인 수는 6143명으로 지난해 7월(3529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 증가는 최근 2~3년 새 조선업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동구는 HD현대중공업·미포조선·삼호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가 몰려있다. 조선업 수주 물량이 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조선소 현장 인력을 메우기 시작했고, 그 숫자가 점차 증가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까지 외국인 근로자 1140명을 채용했다, 현대미포조선은 같은 기간 610명, 삼호중공업은 781명을 고용했다. 현대중공업 등은 연말까지 1000명 정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울산 동구는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자 경찰·법무부·고용노동부·산업인력공단·시민단체·기업체와 ‘울산 동구 외국인노동자 지원협의체’를 구성했다.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한 각종 사회 문제를 공론화해서 전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직이다. 조선업 호황에 맞춰 이주하는 새내기 주민 주거부담 해소를 위해 ‘청년 노동자 공유주택 지원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동자 종합지원센터 조성도 계획 중이다.
김종훈 동구청장은 “외국인 근로자 등을 위해 조선업 작업장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울산시와 함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전기자동차 부품공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사업이 마무리되면 인구가 더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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