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 속 망치 품고 다녔다"…남극기지 女정비공 고백, 무슨일

현예슬 2023. 8. 2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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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기관이 감독하는 남극 기지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한 기계 정비공 리즈 모너혼.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기관이 감독하는 남극 기지에서 기계 정비공으로 일하던 여성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업복이나 스포츠 브라 속에 항상 망치를 지니고 생활했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기계 정비공인 리즈 모너혼은 기지에서 한때 교제한 남성에게서 성폭력을 넘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디서라도 그가 근처에 다가오면 숨겨둔 망치로 휘두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자금을 대고 감독하는 맥머도 기지에는 레이도스 등 연구용역을 수주한 다수 업체의 직원들이 머문다. 기지 인구는 남반구 겨울에 200∼300명이고 여름철에는 1000여명으로 늘어나는데, 70%는 남성이다. 현지에 경찰이나 유치장은 없고 무장한 연방 법집행관 한 명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AP통신은 이곳에서 마초적 문화가 팽배해 남성이 여성에게 언어적 성폭력을 가하는 일이 잦고, 성폭행하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일도 속출했다고 법원 문건, 내부소통 자료,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보도했다. 또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묵살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급식 노동자이던 한 여성은 남성 동료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상사에게 고발했으나 오히려 비난만 받다가 2개월 뒤 해고됐다. 이 같은 상황을 바로잡으려고 애를 쓰던 한 관리직원도 본사에서 문제를 키우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뒤 덩달아 해고됐다.

NSF는 성폭력 사태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NSF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맥머도 기지에 있던 여성 59%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설문에서 답변했다. 여성 72%는 그런 행동이 남극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NSF는 레이도스에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심각한 보건·안전 사건을 즉각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성폭력 신고를 받을 사무소를 개설하고 피해자에게 보안 하에 변호인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24시간 상담 전화를 개통했다고 밝혔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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