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 챙기려고? 알프스 2400m 올라 모금함 턴 도둑들

김현정 2023. 8.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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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가장 위험한 등반로로 꼽히는 다우벤호른 절벽에 설치돼 있던 기부금 모금함이 털렸다.

이 모금함을 턴 도둑들은 전문 등산 장비를 갖춘 산악인으로 추정된다.

도둑들은 암벽에 부착된 강철 사다리와 케이블을 이용해 모금함에 다다른 뒤 함 안에 있던 400~500스위스 프랑(약 400파운드, 약 66만7000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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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동원해 모금함 부수고 60만원 챙겨
등반클럽 "도둑들은 경험 많은 산악인"

스위스에서 가장 위험한 등반로로 꼽히는 다우벤호른 절벽에 설치돼 있던 기부금 모금함이 털렸다. 이 모금함을 턴 도둑들은 전문 등산 장비를 갖춘 산악인으로 추정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도난이 발생한 장소는 스위스 다우벤호른 봉우리(약 2900m) 아래 해발 8000피트(약 2400m) 높이 지점이다. 도둑들은 암벽에 부착된 강철 사다리와 케이블을 이용해 모금함에 다다른 뒤 함 안에 있던 400~500스위스 프랑(약 400파운드, 약 66만7000원)을 가져갔다.

스위스 등산로에서 도둑 맞은 모금함[이미지출처=로이커바트 페이스북 캡처]

이 모금함은 '로이커바트 등반클럽'이 바위투성이의 등반로 유지관리비를 모으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모금함 위에는 "당신의 기부금이 우리 모두를 위해 쓰인다"는 클럽 팻말이 부착됐다.

도둑들이 지나온 루트는 K5 등급 '비아 페라타(via ferrata)'로 지정된 곳이다. 이탈리아어로 '철의 길'이라는 뜻의 비아 페라타는 가파른 암벽에 고정 케이블, 철계단, 다리, 사다리 등의 인공 구조물을 설치한 등반 루트를 말한다. 이 중 K5는 상당한 육체적 힘이 요구되는 몹시 어려운 코스로, 지속적인 등반을 해온 사람에게 적합한 코스다.

로이커바트 등반클럽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 패트릭 그리칭은 "도둑들이 이 지역을 잘 아는 경험 많은 산악인"이라며 "무자비하게 모금함을 부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털린 모금함은 발견 당시 앞문이 심하게 찌그러진 채 열려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평범한 등산객이 아니다"라며 "모금함은 드라이버 정도로는 열 수 없는 육중한 크기"라고 설명했다.

피해를 본 모금함은 등반가들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3000피트(약 910m)를 등반한 다음 잠시 휴식을 취하는 초원 앞에 있는데, 성수기에는 매일 약 50명이 이곳을 찾는다. 따라서 그리칭 이사는 도둑들이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올라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로이커바트 등반클럽은 도둑들이 돈을 털고 나서도 다우벤호른 봉우리 정상까지 등반을 계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칭 이사는 "나 같으면 남의 돈을 내 배낭에 넣고 산에 오를 수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다우벤호른 절벽 등산로[이미지출처=로이커바트 페이스북 캡처]

텔레그래프는 이곳은 2015년에 케이블과 철 사다리가 설치된 후에도 매우 숙련된 등반가들만이 오르던 곳이라 이번 도난은 등반가들에게 충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로이커바트 클럽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체 이들은 누구일까?"라고 물으면서 "이번 절도 행각은 등반가들을 존중하지 않는 심각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클럽은 "우리는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비아 페라타를 돌보고 있으며,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도둑들은) 등반로를 유지하고 보수하는데 필요한 돈을 기부하기는커녕 다른 사람들이 기부한 돈마저 훔쳐 갔다"고 분개했다. 또 "우리는 도둑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지만, 앞으로 영원히 산을 오를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사업가이면서 등반가인 패트릭 해넌 씨는 클럽을 향해 "이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당신들이 하는 일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으니 너무 낙심하지 말라"고 위로를 전했다. 또 그는 클럽에 500스위스 프랑을 기부하면서 "손실을 충당할 수 있는 돈을 기부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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