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이동관... 법원이 '이런 방송 장악 안 된다'고 판결해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2023. 8. 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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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MBC 사장 역임한 최승호 <뉴스타파> PD

[이영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방송 장악의 원흉으로 꼽히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현 정부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16번째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에 따라 방송계는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미 남영진 KBS 이사장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고 본격적으로 공영방송을 손 볼 태세다. 현 상황에 대해 들어보고자 MBC 사장을 역임한 최승호 <뉴스타파> PD를 지난 2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청문 보고서가 채택 안 된 채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임명되었는데 그 과정을 어떻게 보셨어요?
"처음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임명할 거로 생각했어요. 예상대로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임명했네요. 기본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총선 전에 공영방송을 확실히 장악하고 총선에서 이기겠다는 확고한 전략과 결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 방통위원장은 방송을 잘 알아야 하는데 신문기자 출신이 가는 게 맞을까요?
"방송의 기술적인 측면도 물론 전문 영역으로서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민주주의 사회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방송의 역할이 무엇이냐 하는 데 대해서 깊은 성찰이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동관씨 같은 경우 신문 출신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보다도 이른바 자기가 이야기하는 우익들 그다음에 현재 정권의 이익에 방송을 다 종속시키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단히 부적절한 것 같아요. 물론 방송 그 자체에 대해서도, 방송에 대해서 그 사람이 뭘 알겠어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리한 인사죠."

- 이동관 위원장이 파시즘적이란 평가도 있는데요.
"그 사람이 공산당 기관지 같은 방송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아마 MBC나 KBS 같은 방송을 가지고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런 시각 자체가 굉장히 파시즘적인 사고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에 대해 비판하는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라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노동신문>이 북한 공산당에 대해 비판하는 건 불가능한 거잖아요. 공산당 기관지는 정권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선전 홍보하는 거죠. 윤석열 정권을 MBC나 KBS가 비판하기 때문에 공산당 기관지 같은 언론이란 얘기는 정반대로 이야기하는 거죠."

"스핀 닥터였다고 자랑하는 사람... 비극적인 현실"
 
 최승호 뉴스타파 PD
ⓒ 이영광
- 인사청문회에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도 있어요.
"인사청문회 이전에 많은 문건이 나왔어요. 문재인 정부 시절에 국정원에서 정보 공개를 해서 나온 많은 문서가 있잖아요. 사실 이전에는 어떤 인사청문회에서 그렇게 많은 과거 정부가 만든 문서들이 공개된 경우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생각한다면 이미 굉장히 많은 팩트들이 나왔죠.

이동관씨 아들의 고1 담임 선생님이 국회까지 오셔서 학폭에 대해 기자회견도 했잖아요. 거기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왔고 충분히 중요한 많은 팩트가 나왔음에도 그러한 팩트들을 과연 언론이 전체적으로 제대로 보도했는가? 굉장히 부족했다고 봅니다.

KBS MBC YTN 그다음에 진보 언론을 제외하고 나머지 언론은 거의 이웃집 불구경하는 수준으로 이 사안을 다뤄왔어요. 그래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됐고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뭐가 나오더라도 임명한다는 거니까 그런 측면에서 결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는 어려웠다고 생각하죠."

- 청문회 중 어떤 게 가장 문제라고 봤나요?
"청문회 내용 중에 생각나는 게 '나는 스핀닥터고, 그래서 보도를 정권에 유리하게 하도록 노력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과거에 내가 YTN 등 여러 언론사에 영향을 줘서 보도가 나온 걸 없애거나 표현 바꾼 것은 지극히 당연한 거다. 문제가 없는 거다'라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방통위원장이 되면 안 되는 거죠. 우리나라 방송법의 근간을 이루는 굉장히 중요한 원칙인 중립성이나 공정성 같은 것들은 도외시하고 스스로 정권의 어떤 스핀 닥터였다고 자랑하는 정도의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방송의 독립성을 보호하고 지켜야 되는 자리에 앉는다는 건 비극적인 현실이라고 생각했죠."

- 스핀 닥터가 뭔가요?
"스핀 닥터라는 건 '권력에 유리하게 기사를 쓰도록 사건의 내용을 뒤틀어서 설명하는 정치권력의 대변인'이라는 뜻이거든요. '스핀'이라는 게 뭔가를 뒤튼다는 뜻이잖아요. 의미를 뒤틀어 권력에 유리하게 왜곡하는 기술자를 말하는 부정적인 용어예요. 그런데 이동관씨는 그것을 긍정적인 용어로 이해하고 쓰더라고요. 저걸 무식하다고 해야 되나요? 원래 굉장히 부정적인 뉘앙스의 용어인데 저걸 저렇게 긍정적인 말로 생각하고 쓴단 생각에 놀랐어요."

- 21일이 고 이용마 기자 4주기였는데 최근 언론계 상황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착잡했을 것 같아요.
"이용마 기자가 가장 염원했던 것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거죠.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에 이용마 기자를 두 번이나 만나 약속했는데도 결국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안 했죠.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면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생각 하면 이용마 기자의 4주기를 맞아서 마음이 너무 안타깝고 착잡하죠."

- 사장 선임 시 이사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임명하는 제도인 특별 다수제로라도 바꾸는 게 나았을까요?
"그 문제는 다른 문제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만약에 원래 합의가 됐던 특별다수제를 당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면 현재 공영방송에 대한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법원의 방통위 해임 처분 집행정지 기대"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 현 정부나 이동관 위원장도 가짜뉴스 문제를 제기했는데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차기환씨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임명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차기환씨나 이동관씨,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거 보면 컬러가 비슷해요. 그러니까 서로 굉장히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동관씨가 공산당 기관지라고 이야기하면서 '보수 이념의 전사를 육성해야 된다'고 자기 책에 썼잖아요.

그리고 차기환씨가 '5·18 때 북한군이 내려왔다'고 주장하는 건 비슷한 얘기고 또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시민사회나 야권이 공산 전체주의'라고 이야기하는 게 같죠. 결국 이 정부가 극우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진보도 건강해야 되는 만큼 보수도 건강한 보수가 돼야 되는데 지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본류가 보여주는 모습은 극우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 가짜뉴스 문제 강조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자기네를 비판하면 가짜뉴스라는 식인데 그건 가짜 뉴스란 용어를 굉장히 오염시키는 말이죠. 공영방송에서 정부나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걸 가짜 뉴스라 얘기하면 공영방송에 대한 엄청난 공격이 되는 거고 그걸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기관이라는 정도까지 생각한다면 도대체 공영방송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가죠. 결국 자기네 정책 지지하는 뉴스를 생산하는 방송사로 만들겠다는 결론이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굉장히 문제를 많이 일으킬 겁니다."

- 지난 14일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에 이어 21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도 해임했어요. 두 이사장은 소송을 제기했는데 효과가 있을까요?
"나는 기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법원이 문재인 정부 때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또 고대영 KBS 사장이 낸 해임 취소 소송에서 이 두 사람 손을 들어줬거든요. 고영주씨 같은 경우는 방문진 이사장으로 김재철, 김장겸 사장을 비호하고 MBC를 거의 계엄 상태같이 언론 자유의 불모지로 만든 인물입니다. 고대영씨는 KBS 저널리즘이 무너진 데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었던 인물이고요.

이런 사람들에 대한 해임조차도 무효라고 판단했다면 오늘날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을 거예요. 공영방송을 수호하고 독립성을 지켜야 되는 직무의 중차대함이 엄청난데 이런 사람들을 그 정도 이유를 가지고 해임한다? 그런 거를 만약에 법원에서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정권의 영구적인 쟁탈전을 법원이 승인해 주는 그런 결과가 될 겁니다. 저는 두 이사장이 본안 소송에서 이길 거라는 것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아요. 

다만 당장 방통위의 해임 처분을 집행정지하고 두 분이 이사장으로서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해임 집행정지'를 법원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이 중요한 거죠. 몇 년 뒤 방송장악이 끝난 뒤에 잘못된 해임이라고 판결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이런 식의 방송 장악은 안 된다'고 법원이 판결해줘야 되는데 과연 그럴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법무부가 직무집행정지와 정직 처분을 내렸을 때 윤 총장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법원이 받아들였잖아요? 그래서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직무를 계속하다가 사퇴하면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죠. 그러나 막상 본안 소송에서는 '징계처분이 정당했다'는 판결이 나왔어요.

이처럼 본안 소송에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나온 사례에서도 집행정지를 받아들였는데, 본안 소송에서 두 이사장이 이길 것이 관측되는 이번 경우는 충분히 법원이 집행정지를 선언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퇴행하고 발전 어려워지는 상황 걱정"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하며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공작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방송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릴지 예상해야 할 것 같아요. 공영방송 경영진을 교체하고 민영화도 추진할 것 같고 내부 갈등도 있을 거로 보이는데요.
"만약 법원이 공영방송 이사장들과 이사의 해임에 대해 당장 집행정지를 선언하지 않고 윤석열 정권의 해임 조처를 추인하면 아마 그런 방향으로 갈 겁니다. 당장 윤석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조직을 장악하고 그다음에 보도의 방향을 윤석열 정권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맞추겠죠.

그러면 내부에서 상당히 저항이 일어날 거고, 또 민영화 문제도 아마 추진할 것 같아요. 물론 민영화는 이게 법을 바꿔야 되는 문제라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지금 하는 태세로 봐서는 거기까지 나가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방송사 내부에서는 틀림없이 저항이 있을 겁니다."

-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뭔가요?
"이런 과정을 통해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도가 자꾸 떨어지는 거죠. 이명박 정부 때 엄청나게 저항도 했지만 결국은 이명박 정권 낙하산들이 KBS, MBC, YTN을 장악했잖아요. 그게 박근혜 시대까지 이어진 거고, 공영방송들이 비판을 전혀 못 하다 보니까 언론 지형이 극단적으로 편향이 돼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일어나는 사태가 벌어졌거든요. 견제가 있었으면 탄핵이 되는 사태까지는 안 갔을지도 몰라요.

제가 생각할 때는 그런 일들이 또 벌어질 수도 있죠. 당장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될 거란 얘기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과연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제대로 굴러가겠는가죠. 상당히 한국 사회가 퇴행하고 발전이 더 이상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가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입니다."

- 정권과 노조가 격돌할 경우 이명박 정권 때만큼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언론인들이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요?
"언론인들은 기본적으로는 자기 본분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어려운 얘기고 지극히 좀 한가한 얘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가면 누가 시민들이 도와준다고 더 싸울 거고 안 도와준다고 안 싸울 거고 그런 게 아니잖아요. 이건 결국 언론인들의 자기 자신의 자존 문제예요.

언론인으로서 자기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비판할 것이 있으면 비판하고 하는 것이 언론인이라는 직업의 본질이잖아요. 그런 걸 안 하면 언론인으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는 거죠. 자기 역할에 충실하려고 하다가 낙하산 사장이나 정권에 의해 더 이상 언론인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탄압받는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외압에 순응하면서 언론인으로서 해야 되는 자기의 본질을 저버린 채로 언론인인 척하는 것보다 더 이상 언론인으로 역할을 못 하게 되는 게 더 언론인다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지금 내가 언론인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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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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