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냐, 부츠냐? 그것이 문제로다
언뜻 보기에 잔뜩 흘러내린 바지를 닮은 이 부츠, 잘만 활용하면 이보다 확실한 포인트 아이템도 없습니다. 올가을, 부츠 하나만으로 드레시한 무드를 연출하고 싶다면 와이드 부츠를 눈여겨보세요.
지방시의 아이코닉한 샤크 락 부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이번 시즌을 진두지휘할 와이드 부츠의 키 포인트는 바로 커버 디테일입니다. 신발 본체에 더해진 커버가 마치 넉넉한 가죽 워머를 신은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죠. 여유 있는 실루엣이 체형을 똑똑하게 커버해 주기도 한답니다.
게다가 기장에도 구애받지 않죠. 아제르바이잔 출신 디자이너 피단 노브루조바는 와이드한 실루엣과 대비를 이루는 날렵한 힐로 시그니처 스퀘어 토 슈즈에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발목까지 오는 기장인 만큼 무심하게 팬츠를 넣어 신어도, 비정형적인 스커트와 함께 매치해도 센스 있는 룩을 완성할 수 있어요.
안 그래도 존재감 넘치는 실루엣에 위트 한 스푼을 더하면 어떻게 될까요? 로에베 2023 FW 컬렉션 쇼에는 바지의 허리께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부츠가 등장했습니다. 단추부터 주머니, 벨트 고리까지 섬세하게 재현했죠. 청바지 특유의 투박한 소재 탓인지 더욱 날것에 가까운 듯한 블레스의 웨지힐 또한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코페르니는 지난 시즌 선보인 전위적인 스패츠에 이어 이번에는 벨트를 풀어헤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힐 부분과 여유로운 품이 멋스러운 와이드 부츠도 내놓았고요. 비록 커버는 사라졌지만 와이드 부츠 특유의 드레시한 실루엣은 그대로 남겨두어 한결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내네요.
구조적인 조형물을 연상케 하는 와이 프로젝트의 와이드 부츠 또한 빼놓을 수 없죠. 정면에서 봤을 땐 단순히 긴 기장감의 바지를 날렵한 신발과 함께 매치한 듯 보이지만, 이 부츠의 진가는 바로 뒷모습에서 드러나는 법. 스틸레토 힐 양쪽에 스냅 버튼으로 감쪽같이 덧댄 천에서 비로소 이토록 기묘한 부츠의 비밀이 드러납니다. 다가오는 FW 시즌에는 끝없이 다채로운 와이드 부츠의 세계에 발을 내디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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