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탄소제로’ 그린수소버스 내달 첫 운행… 청정 제주 스타트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평화로 인근 차고지에는 ‘달리는 공기청정기’라는 이색 문구를 단 버스가 일렬로 주차돼 있다. 아직 번호판을 달지 않은 버스는 좌석마다 출고 당시 비닐을 그대로 붙인 상태다.
9월부터 운행에 들어갈 그린수소 버스다. 제주도에서 생산된 그린수소 품질검사에서 최종 합격해 이 버스들은 내달 4일부터 수소를 충전해 제주시 함덕에서 한라수목원까지 노선을 시범운행하게 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지역에서 생산하고 상용화하는 국내 첫 시도가 제주도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제주도에서 그린수소가 첫 생산된 것은 2020년 12월 제주시 한림읍 상명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500㎾급 생산설비를 통해서다. 국내 최초로 풍력발전기의 잉여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알카라인 수전해 기술로 매일 하루 35㎏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차 한 대를 충전하는 데 필요한 양이 5㎏인 것을 감안하면 수소차 7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실증 단계에서 소량이나마 그린수소를 생산한 국내 첫 사례다.
이후 제주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3.3㎿급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이번에는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를 모두 이용하고, 물을 수전해하는 방식도 기존 알카라인 수전해 기술에서 고분자 전해질막 기술 등 2가지 방식으로 확대했다. 지난 5월 설비시설 완성 검사를 마친데 이어 최종 순도 품질검사도 통과했다.
생산 실증만 진행하기로 한 상명리와 달리 행원리에서는 상용화를 목표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수소를 옮기기 위한 튜브 트레일러 4대가 마련됐고, 함덕해수욕장 인근에 수소충전소가 설치됐다. 수소 순도 검사가 완료되면서 시운전을 거쳐 9월부터 그린수소 버스 9대가 운행을 시작한다. 행원리 설비의 생산목표량은 하루 600㎏, 수소 버스 24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12.5㎿급 대규모 실증단지도 구축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물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4가지 기술을 모두 실증한다. 2025년 시운전을 거쳐 하루 3200㎏씩 연평균 1200t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30㎿급 청정수소 생산 실증사업의 통합 실증시설을 구축할 지자체로도 선정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30년까지 세계적 수준인 총 46㎿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체계를 구축해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핵심 정책인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 및 에너지전환’의 탄탄한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는 그린수소 생산과 함께 공공분야 모빌리티를 시작으로 산업과 생활 전반으로 그린수소 사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하반기 9대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그린수소 버스 300대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9월 기준 도내 노선버스는 모두 829대다. 6~7년 이내에 도내 버스의 36%를 수소 버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청소차 303대 중 200대를 수소 청소차로 교체한다. 또 수소 트램 7대를 신교통수단으로 도입한다. 2024년부터는 민간 관광전세버스와 5t 이상 운송트럭을 수소차량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소 가격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내구연한이 다한 내연기관 차량들의 수소차 전환을 유인할 방침이다.
농어업 분야에선 수소 농기계·선박을 도입한다. 호텔과 리조트 등 숙박시설과 연안 선박 등의 관광시설에도 수소 연료전지를 도입한다. 도는 공공분야 우선 전환을 통해 수소 모빌리티에 대한 도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점차 민간 분야 전환에 행정력을 투입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는 LPG를 가정용 수소 연료전지로 대체하고, LNG를 원료로 하는 도내 화력발전소를 수소발전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처럼 제주도가 그린수소에 주력하는 것은 기후위기 속에서 탄소중립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수소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만들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많아 발전을 멈추는 출력제어 문제를 그린수소 생산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산업과 생활 전 분야로 그린수소 기반을 확장해 제주지역의 에너지 전환과 자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2012년부터 추진해 온 ‘탄소 없는 섬 2030’ 비전에도 수소경제를 포함해 제주지역 전력 에너지를 청정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해 나갈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수소 기업 20개를 유치·육성하고, 산·학·연 연계를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해 그린수소 산업을 제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가격 경쟁력, 에너지원 인프라 구축, 도민 인식 개선 등 여러 과제가 있지만 그린수소 산업을 육성할 여건과 이유는 충분하다”며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그린수소의 선도지역으로 대한민국의 수소경제를 선두에서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글·사진 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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