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 꽃길만 걸으라우'…김정은 티셔츠 판매했다가 국정원 조사

판매업체, 중개한 네이버·쿠팡도 고발 당해
국정원이 현장 조사도, 업체는 판매 중단

'동무 꽃길만 걸으라우'라는 문구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한 업체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해당 티셔츠를 판매 중개한 쿠팡·네이버도 함께 고발 조치 됐다.

[사진출처=판매업체 캡처]

27일 공권력감시센터·바른사회시민회의 등 6개 단체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김정은 티셔츠를 판매한 김모씨 등 2명과 이를 판매 중개한 네이버와 쿠팡을 국보법 제7조 이적표현물 제작, 판매죄 등으로 지난 25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 사진과 함께 '동무 꽃길만 걸으라우' 등의 문구가 인쇄된 티셔츠를 제작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을 통해 판매했다. 티셔츠 가격은 한 장에 1만4,900원으로, 지난해 판매를 시작해 200여 장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다양한 캐릭터나 문구가 들어간 ‘패러디 티셔츠’가 유행이다"라며 "(김정은 티셔츠도) 그중 하나로 제작한 것으로 김 위원장을 찬양하거나 선전하기 위한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이 업체는 명품브랜드 구찌를 풍자해 '아구찜' 티셔츠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패러디 의상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김정은 티셔츠 중에도 '쓸모없는 김정은 티셔츠'라며 직접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풍자하는 내용이 담긴 디자인도 있다.

하지만 고발에 나선 시민단체들은 "해당 티셔츠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해당하는 이적표현물"이라며 "김정은에 대한 친밀감을 증진하는 모습을 넘어 반국가단체의 수괴를 찬양, 선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치 시대가 종식하였음에도 독일에서는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의 저작권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독일 내에서 추가적인 인쇄를 금지했다"며 "(저작권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그 내용에 대하여 비판적인 주석을 기재한 도서만 출간 가능하게 한 것을 보면 더더욱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쿠팡과 네이버에 대해서도 "해당 업체들이 피고발인의 김정은 티셔츠 판매를 허용하고 중개의 형태로 판매에 가담했다"며 "이적표현물의 판매를 정당화하고 피고발인의 범죄행위를 제지하지 않는 행위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이들을 철저히 조사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피고발인들이 어지럽히려 한 행위에 대하여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조처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판매 업체 측은 이날 조선닷컴에 "국가정보원에서 현장 조사를 나온 결과 별다른 법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상품 판매 중지 권고를 받아 바로 모든 판매 사이트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8일 현재 문제의 티셔츠는 판매 중단됐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