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보조기기 국산화 서둘러야

2023. 8.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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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지역사회 돌봄 시찰을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했을 때 지팡이부터 침대까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온갖 보조기기를 수없이 전시해 놓은 어느 커다란 건물에 갈 기회가 있었다.

노인·장애인들이 국가로부터 보장받는 보조기기의 종류도 한계가 많고 취득 과정도 판매업소에서 많은 제약이 따른다.

복지주택, 보조기기, 노인·장애인에게도 안전한 도로 환경 등 물리적인 조건을 준비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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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의 돌봄 이야기] ⑨ 내 몸의 일부가 되는 보조기기


몇 년 전 지역사회 돌봄 시찰을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했을 때 지팡이부터 침대까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온갖 보조기기를 수없이 전시해 놓은 어느 커다란 건물에 갈 기회가 있었다. 건물은 보조기기를 다양하게 체험해 보고 가장 적합한 것들을 골라 장기 대여를 받는 곳이었다. 이 과정에 작업·물리 치료사의 전문적 도움을 받는다. 이런 기관을 ‘보조기기 센터(Assistive Technology Center)’라고 한다.

노인과 장애인들이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각종 보조기기가 많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풍으로 반신불수된 노인을 집에서 모시려면 침대부터 전동 침대로 바꾸고 욕창 방지 매트리스도 깔아야 한다. 보행이 조금 가능해지면 보행 보조기, 휠체어도 필요해진다. 더불어 안전 손잡이를 벽에도 붙이고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 공사를 하는 주택 개조도 같이 들어가야 한다.

기능이 저하돼 있는 이들에게 보조기기는 신체의 한 부분이 돼 상실된 기능을 되살려 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니 보조기기는 장애의 종류, 중증도, 체형 등에 따라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 노인·장애인들이 국가로부터 보장받는 보조기기의 종류도 한계가 많고 취득 과정도 판매업소에서 많은 제약이 따른다. 보조기기를 생산하는 산업도 충분히 발전해 있지 못하다. 아주 기본적인 물품 외에는 자비를 들여야 하고 고급 제품은 외국산을 사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이 적고 장애 때문에 가외로 써야 할 일이 많은 장애인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문제는 아직도 보조기기의 중요성을 정책 당국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보조기기의 생산은 고령친화산업의 중요한 영역이다. 고령화에 대비해 질 좋은 보조기기의 국산화 정책 추진을 더 지체해서는 안 되겠다. 보조기기는 유통 구조도 아주 취약하다. 우리나라도 법에 따라 국립재활원을 중심으로 각 시도가 ‘보조기기 센터’를 설치하고 있으나 아직은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보조기기를 구하려면 판매상들이 주는 제한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령사회의 준비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복지주택, 보조기기, 노인·장애인에게도 안전한 도로 환경 등 물리적인 조건을 준비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재)돌봄과미래 이사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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