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의협 "초진은 절대 불가"
의사들이 '비대면진료 초진 절대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 비대면 진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정한 초진의 대상이 모호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의사들의 반대까지 거세지면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는 장기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를 위협하는 초진 비대면 진료는 불가능하다는 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원칙적으로 재진만 가능하되 섬ㆍ벽지 환자, 노인ㆍ장애인 등 거동 불편자, 재외국민ㆍ군인ㆍ교정시설 등 의료기관 방문 곤란자, 감염병 환자 등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재진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의협은 이 대상자 분류가 모호해 초진자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이날 협회 회원인 의료진 632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초진 허용에 대해 '절대 안 된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다. '재진만 허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일부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초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답은 38%였다.
휴일 및 야간에 18세 미만 소아를 대상으로 한 초진 허용에 대한 입장 역시 부정적이었다. 조사에 응답한 의협 회원 65%는 ‘안전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의료 제공이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론 ‘소아 환자는 안전성이 제일 중요하다’‘의사소통이 어렵고, 병세 진행 돌변 가능성이 높아서 비대면이 불가하다’‘의료사고 가능성과 소송 가능성이 제일 높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소아청소년 초진 허용은 비대면 진료의 쟁점 중 하나로, 정부는 재진을 원칙으로 정하면서도 휴일과 야간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사결과 비대면진료 시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은 50.9%, 참여한 회원은 49.1%로 엇비슷했다. 참여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로는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면책 조치가 없어서’가 66.5%,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서’가 61.8%였다. 반대로 참여한 회원들은 참여한 이유로 '환자가 요구했기 때문(65.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의 31%는 ‘시범사업보다 개선된 방안이 시행된다면 참여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법제화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한 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월간지 ‘보건복지포럼’ 8월호에 실린 ‘비대면 진료 국내 현황 및 국외 사례’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우리보다 폭넓게 비재면진료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진료 전 상담을 실시하거나 의사가 환자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충분히 파악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건강보험공단 지침에 원격 상담 시 환자와 의사 간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면서도 “초진이라고 해서 비대면진료를 못 할 사유는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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