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 "기대값 0.1%" 현실로…FW 3명 부상 아니면 '출전 0분', 클린스만 왜 뽑았나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주민규(울산 현대)가 바란 0.1%의 기대값은 틀리지 않았다. 부상을 당한 공격수들이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는 28일 클린스만호 9월 A매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클린스만호는 다음달 8일 오전 3시 45분 영국 카디프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 같은 달 13일 오전 1시 30분 잉글랜드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클린스만은 9월 A매치에서 부임 후 첫 승에 도전한다. 지난 3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클린스만은 3월과 6월 A매치 4경기에서 2무 2패로 아직 승리가 없다.
3월 콜롬비아와 우루과이전, 6월 페루와 엘살바도르전에서 연달아 1무 1패씩 기록하며 아직 승리가 없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단기적인 목표로 걸었던 클린스만 포부에 어울리지 않은 행보다. 클린스만은 역대 외국인 감독 중 취임 뒤 연속 경기 최다 무승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스만은 부상자가 많은 공격진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 그대로 승선했고 부상은 아니지만 이번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출전 시간이 없는 황의조(노팅엄 포레스트)도 명단에 포함했다.
황희찬은 지난 26일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에버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왼쪽 날개로 선발 출격했으나 전반전이 끝난 뒤 교체아웃되면서 후반전 들어 자취를 감췄다.
황희찬은 전반 중반 왼쪽 골라인 부근에서 황희찬이 상대 수비수의 깊은 태클에 쓰러진 뒤 펜스에 부딪히고는 오른쪽 허벅지를 부여잡으며 통증을 호소했다. 간신히 일어나 뛰면서 몸 상태에 이상이 없는 듯 보였으나 결국 후반전을 앞두고 교체 아웃됐다.
개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황희찬은 전반전에 햄스트링 통증을 느꼈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교체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조규성도 지난 21일 덴마크 헤닝 MCH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덴마크 수페르리가 5라운드 브뢴뷔와의 홈 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전반 20분 오른쪽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껴 브라질 공격수 주니오르 브루마두와 교체됐다.
이른 시간 그라운드 밖으로 빠져나간 그는 이후 벤치로 돌아왔는데 허벅지에 붕대를 칭칭 감고 관전하는 등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알렸다. 다행히 조규성은 2주 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브랜던 로저스 셀틱 감독은 지난 10일 오현규가 친선전에 입은 부상으로 인해 당분간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음을 알렸다.
오현규가 부상을 입은 경기는 지난 2일 프리시즌 마지막 친선전이자 셀틱이 3-2 역전승을 거뒀던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맞대결이었다. 이날 오현규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투입돼 후반 25분 데이비드 턴불의 역전골을 도우면서 호평을 받았다.
오현규가 친선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지난 5일 4-2로 승리한 로스 카운티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오현규는 권혁규와 함께 벤치를 지켰다. 당시 양현준만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20분 정도 소화하면서 셀틱 데뷔전을 치렀다.
오현규는 이후 부상으로 완전히 전력에서 빠졌다. 로저스 감독은 "오현규는 아마 몇 주 동안 경기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는 아틀레틱전에서 종아리를 다쳤지만 주말에 훈련을 했고, 경기에도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현규는 일요일(6일)에도 훈련을 받았는데, 그 후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눴다"라며 "그는 앞으로 4~6주 동안 아웃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의조는 FC서울 임대 후 노팅엄 포레스트로 복귀하며 프리미어리그 도전을 준비했다. 그는 지난 7월 프리시즌 첫 경기인 노츠 카운티와의 친선 경기에서 결승 골을 터뜨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골로 황의조에게도 기회가 오는 듯 보였다.
하지만 황의조는 이어진 스페인 프리시즌 투어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8월 12일 아스널과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부터 명단에서 빠졌고 2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 3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은 벤치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각자의 상황으로 인해 시즌 초반 어려움이 있는 공격진 네 선수는 모두 부상을 당했음에도 클린스만호에 승선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황희찬을 제외한 3명은 공격수를 전부 구성하고 있어 눈길을 뜬다.
클린스만도 고심이 깊었던 모양이다. 미국에서 온라인 근무를 하고 있는 그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선수들의 부상은 A매치 준비의 가장 큰 변수다"라며 "다행히 조규성과 황희찬의 경우 소속팀과 계속 소통하면서 이번 소집 합류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명단에 포함시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현규의 경우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A매치를 돌이켜보면 클린스만의 선택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당시 최전방 공격진에 대해 컨디션 난조, 체력적인 문제, 결정력 등을 아쉬움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일본에 0-6으로 대패했던 엘살바도르와 졸전 끝에 1-1로 비긴 뒤 "이번 A매치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부상이나 개인 사정으로 제외된 선수들도 있었고, 수비 라인은 완전히 바뀌었다"며 "황의조, 조규성은 컨디션을 끌어올리기까지 오래 걸렸다. 오현규도 셀틱에서 골은 넣었지만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사실상 90분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공격수는 손흥민 뿐"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국내 축구 팬들은 주민규(울산 현대)처럼 K리그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공격수들을 외면한 건 클린스만 본인이라고 꾸짖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주민규는 지난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8라운드 맞대결에서 멀티 골을 터뜨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주민규는 2021시즌 K리그1 득점왕이자 2022시즌 득점왕 조규성과 같은 득점인 17골을 넣었다. 2023시즌도 서울전 멀티골로 13호골을 기록, 티아고(대전)과 득점 공동 선두를 질주하는 K리그의 명실 상부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그러나 주민규는 이러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스타일상 맞지 않았던 파울루 벤투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클린스만호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주민규도 이에 대해 대놓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8일일 "솔직히 말하면 0.1%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 선발) 부분에서 사실 내가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고, 비워놓고 차분하게 기다리며 욕심 안 내려고 생활하려고 한다"고 털어놓으면서 "되든 안 되든 부족한 부분들, 채워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좋은 감독 밑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속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주민규의 예상은 적중했다. 대표팀 공격진의 면면이 주민규를 밀어내기에 충분했다면 모르지만 포워드 3명이 전부 부상 아니면 출전시간 0분 등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는 터라 9월 A매치의 클린스만 공격진 구성 여부가 관심을 끌게 됐다. 축구계에선 손흥민 원톱 등 대안도 있지만 결함이 있는 공격수 3명으로 포워드진을 전부 구성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한국프로축구연맹, PA Wire/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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