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3층 구조 숨이 턱 막히더라"
[이영광 기자]
▲ <주간 뉴스타파> ‘로켓배송 연료가 된 사람들’ 편 |
ⓒ 뉴스파타 |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로 숨진 고 장덕준씨 사건 이후 쿠팡의 노동환경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쿠팡 근로자들은 쉬는 시간이 매우 짧거나 없고, 심지어 화장실에 제대로 가기도 어려운 환경을 토로했다. 이후 경영진은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쿠팡의 노동환경은 개선이 됐을까?
지난 17일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간 뉴스타파> '로켓배송 연료가 된 사람들' 편을 공개했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직접 쿠팡 물류센터에 잠입해 취재해, 쿠팡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잘 보여줬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4일 홍주환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홍 기자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2020년 사망사고 이후 3년, 쿠팡은 변했을까
- 지난 17일 업로드된 <주간 뉴스타파> '로켓배송 연료가 된 사람들' 편 취재한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3개월 정도 취재했고 쿠팡에 잠입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되게 지난했는데 끝내니까 후련합니다. 원래 노동 아이템이 (대중의) 주목도가 좀 낮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신 것 같아서 뿌듯하죠."
- 쿠팡 노동환경 취재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쿠팡에 대해서는 언젠가 한번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맨 처음 쿠팡의 노동환경이 지적된 게 2020년이었는데, 3년이 지났으면 충분히 쿠팡에게도 개선할 시간이 충분했잖아요. 쿠팡에서 가시적인 개선을 보여줘야 했을 시기라서 해보게 되었습니다."
- 쿠팡 잠입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쿠팡은 취업의 허들이 낮아요. 사실상 누구나 가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하는 건 매우 쉬웠죠. 그런데 저희는 사업장 내부를 촬영해야 하잖아요. 쿠팡은 물류센터로 휴대폰이나 카메라 녹음기 같은 걸 반입하지 못하게 해요. 보안 안전상의 이유라고 하는데 믿을 수는 없죠. 휴대폰을 가져가면 일하다가 잠깐 볼 수도 있으니까, 그런 시간도 아까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메라 녹음기도 보안상의 이유보다 내부 실태가 밖으로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한 게 아닌가 하죠. 노동자들이 자기가 당한 갑질, 괴롭힘이라든가 아니면 내부의 열악한 환경 등을 기록할 수 있잖아요. 그걸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저희는 보도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근로자) 주장만을 실을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본 것들을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었어요. 어떻게 했는지는 방법을 밝힐 수는 없지만 촬영했습니다."
- 물류센터에 가보니 어땠나요?
"물류센터가 정말 크고, 많은 사람들이 일해요. 제가 일했던 곳은 동탄 물류센터였는데 하루 2천 명이 일한다고 하더라고요. 여기는 창고인가, 공장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 쿠팡 물류센터가 '메자닌'이라는 구조 때문에 폭염에 취약하다던데 어느 정도인가요?
"'메자닌'은 1층짜리를 3개 층으로 나누고 거기에 박스를 쌓아놓은 거예요. 평소보다 빈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3층까지 사람들이 계속 빽빽이 차 있어요. 빈 공간을 다 사람과 박스로 채워놨기 때문에 열이 더 많이 발생해요. 층고가 낮고 물건들이 도서관처럼 칸마다 빽빽하게 쌓여 있으니까. 직접 가 보니 숨이 턱턱 막힌다는 생각이 들고 '여기서 어떻게 하루에 8시간이나 일하지', '계속 서서 돌아다니지'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코로나 엔데믹 상황인데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 냉·난방을 왜 설치하지 않는 건가요?
"에어컨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없어요. 건축법에서 쿠팡의 물류센터같은 곳을 창고라고 규정하는데, 창고는 사람을 고려해서 만든 시설이 아니고 물건만 쌓아놓는 곳이에요. 딱히 에어컨이나 환기시설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렇지만 물류센터가 창고로 지정된 건 2009년이고 그 사이에 우리 사회는 많이 바뀌었어요. 전자상거래 시장은 엄청 커졌고 택배 산업도 커졌고 물류 산업도 커져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도 많아진 거죠. 그런데 법은 아직 현실을 못 따라오고 있죠."
▲ <주간 뉴스타파> ‘로켓배송 연료가 된 사람들’ 편 |
ⓒ 뉴스타파 |
- 휴식 시간은 하루에 1번인가요?
"현행 근로기준법상 4시간을 일하면 30분씩 무급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보통은 8시간을 일할 때 식사 시간을 1시간 보장하고, 그건 무급이죠. 그런데 이외에도 육체 노동의 강도가 세면 유급 휴게시간을 줍니다. 하지만 쿠팡은 그걸 딱 한 번 주는 거예요. 식사 시간이 1시간인데, 그걸 50분만 주고 나머지 10분을 휴게 시간으로 보장하는 식이죠."
- 오후 5시에 하루 일과 노동을 끝냈을 때는 어땠나요?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이 들죠. '하려던 건 다 했으니 다신 안 가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일을 끝냈을 때 만보기를 들고 왔는데 3만3400보를 걸었더라고요. 진짜 일을 많이 했구나 싶었습니다."
- 쿠팡에는 로켓배송 서비스도 있는데, 이 서비스가 노동자를 갈아넣는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밤 11시에 주문을 해도 다음 날 아침 7시 전까지 배송해야 하는 게 로켓배송이더라고요. 그럼 그 시간에 일하는 야간 노동자들이 있어야 하는 거죠. 사실 쿠팡의 야간 노동이 악의적이에요. 보통 야간 노동은 주야 교대제를 통해 2~3일에 한 번 하는데 쿠팡은 매일 하거든요. 노동자 건강에 안 좋은데 쿠팡은 새벽배송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를 갈아 넣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 로켓배송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주 6일 야간에 일하고 있던데 배달 노동자는 주 52시간제 적용이 안 되나요?
"쿠팡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들 대부분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고,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됩니다. '배달의 민족'에서 일하는 분들도 특수고용직에서 자영업자처럼 분류가 돼 있어요. 주 52시간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쿠팡에서 휴게시간을 줘야 할 의무도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만 쿠팡에서만 전속적으로 근로하는 분들인데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둔다는 것은 꼼수에 가깝고 대기업으로서는 해선 안 될 일이죠."
- 물류센터에서는 주간보다 야간에 일이 더 많나요?
"일이 많죠. 쿠팡은 로켓배송, 새벽배송이 주이기 때문에 야간에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습니다. 야간에 일을 하는 사람의 수도 훨씬 많고요. 주간에는 모든 물류센터 노동자가 밥을 한꺼번에 먹어요. 그 시간에 물류센터는 멈춰 있죠. 그런데 야간에는 밥을 돌아가면서 먹습니다. 그러니까 한시도 물류센터가 멈춰선 안 되는 거예요. 이것만 비교해 봐도 야간에 일이 훨씬 많다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 야간 노동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요?
"야간 노동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 암 연구에서 선정한 2급 발암물질이에요. 정식 명칭은 그룹 2A인데, 인간에 대한 발암 추정 물질이라는 뜻이거든요. 이미 동물 실험을 통해서는 발암물질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나온 물질이에요. 하지만 아직 인간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아서 추정 물질이라고 부르는 상황이죠. 저희가 인터뷰한 많은 의사 분들도 '충분히 앞으로 연구가 축적되면 발암 추정 물질이 아니라 그냥 명시적인 발암물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야간 노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수면장애 우울증 등도 유발할 수 있거든요. 산업재해 과로사 판정을 할 때 근로 시간이 중요해요. 그때 야간 노동은 1.3배로 계산합니다. 야간 노동은 주간에 일하는 것보다 30% 이상 신체에 부담을 준다는 의미예요. 쿠팡처럼 매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야간 노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겠네요.
"야간 노동 규모가 되게 커지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야간 노동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요. 고용노동부에서 야간 수당을 1.5배 주라고 하는 게 전부인데 사실상 그건 규제가 아닙니다. 돈이 궁하고 절박한 사람들은 야간 노동으로 갈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강력한 미끼예요. 물류센터만 봐도 주간은 최저시급이거든요. 본인이 가장이라면 그걸 받고 어떻게 살겠습니까. 야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국가가 '야간 노동은 한 달에 몇십 시간 이상 안 돼', '야간 노동을 많이 시키는 사업장은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간 노동이 필수라고 하더라도 노동자가 매일 야간에 노동하는 구조는 막아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쿠팡은 스스로 법을 잘 준수하고 있다고 말해요. 실제로 맞는 말이에요. 현행법상 쿠팡이 불법을 저지른 건 거의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대기업에게 바라는 건 그게 아니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를 바라는데 '우리는 불법 저지른 적 없다'는 태도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앞으로도 계속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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