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가을 장마' 시작…한꺼번에 커진 태풍, 3개가 끝 아니다

천권필 2023. 8. 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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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마와리 위성으로 본 9~11호 태풍의 모습. RAMMB/CIRA/CSU

29일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 강한 비가 내리고 30일 이후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형성되는 등 ‘가을 장마’ 시즌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뜨거운 수증기를 머금고 북상 중인 11호 태풍 ‘하이쿠이’의 경로가 가을 장마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서해상에 발달한 저기압이 북한 지역을 통과하면서 서쪽 지역부터 비가 시작돼 점차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에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30일 이후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 위에서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이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정체전선이 머물 것으로 보이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예상된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30일 새벽부터 밤사이에 북쪽의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층과 남쪽의 따뜻한 공기층이 압축되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5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시설물 및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다음 달 1일까지 두 기단 사이에 나타나는 정체전선 형태의 비 구조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체전선·태풍 영향으로 가을 장마


전국이 흐리고 비가 내린 28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구청사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장마는 보통 6월 말에 시작해 한 달 동안 이어지다가 7월 말에 종료된다. 이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덮으면서 폭염이 시작된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가 되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져 물러나면서 9월 중순까지 또 한 번의 우기를 겪게 되는데 이를 2차 우기 또는 가을 장마라고 부른다. 이때 정체전선과 태풍 등이 영향을 주면서 전국 곳곳에 많은 비를 뿌린다. 최근에 태풍이 연달아 북상하고 정체전선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을 장마가 언급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영희 디자이너
가을 장마의 최대 변수는 북상 중인 태풍의 진로다. 수증기와 열기를 가득 품은 태풍은 이동하면서 기압계를 흩트려놓을 뿐 아니라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과 상호작용하면서 정체전선의 강도와 위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한반도 남쪽의 열대 해역에서는 9호 태풍 ‘사올라’와 10호 태풍 ‘담레이’가 각각 중국 남부와 일본 동쪽 해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28일에는 11호 태풍 ‘하이쿠이’가 발생해 한반도를 향해 북서진하고 있다.

9~10호 태풍의 경우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호 태풍은 다음 달 2일에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약 150㎞ 해상까지 북상하겠지만 이후 경로는 불확실하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다음 달 2일 이후에도 11호 태풍의 이동 경로에 따라 추가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태풍 씨앗 계속 발달 중”


가을 태풍의 영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열대 바다의 수온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등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가을철 수확기를 맞아서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경호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사무관은 “태풍의 씨앗들이 기류와 만나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태풍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11호 태풍이 발생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또 다른 태풍이 계속해서 대기 중이어서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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